상장사들이 대체불가토큰(NFT)·암호화폐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신사업 진출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게임사나 엔터테인먼트사·전자결제대행(PG)사는 물론 리조트 업체, 샴푸 업체 등까지 합류하는 모습이다. 발표만으로도 주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인 데다 일부 기업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이 테마에 편승하는 경우도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상장사 59곳이 NFT나 블록체인·암호화폐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코스닥 53개사, 코스피 5개사, 코넥스 1개사 등이다.
가상자산 사업 진출 소식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5일에는 PG사인 KG이니시스(035600)가 가상자산 발행 및 NFT 위·수탁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에 주가는 2거래일 만에 21.75% 올라 이날 2만 3850원에 장을 마쳤다. 한컴MDS(086960)도 같은 날 LG전자 등 대기업이 NFT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2거래일 만에 22.53% 뛰었다.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가상자산 신사업 추진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기존 사업과 큰 관련성이 없거나 전문 인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업들까지 너도나도 가상자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탈모 기능 샴푸를 판매하는 TS트릴리온(317240)은 31일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개발’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TS트릴리온은 지난해 12월 한 NFT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램프 제조 업체인 우리조명도 30일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NFT 등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및 관련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철강 업체, 부동산 업체 등도 NFT·블록체인 개발 관련 공시를 올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NFT·메타버스라는 신산업을 정관에 추가하면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할 여지가 있다”며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 그리고 관련 인프라 시설 마련이 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망이 마냥 밝은 것도 아니다. 당장 NFT 거래 시장의 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블록체인 분석 업체 난센이 8400개의 NFT 컬렉션, 1930만 개의 개별 NFT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NFT 컬렉션 3개 중 1개는 사실상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