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중 타격을 받은 세계 공급망이 중국 주요 도시들의 잇단 봉쇄에 이어 미국 서부 지역 항만 노동자들의 계약 만료라는 새로운 변수에 맞닥뜨리게 됐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서부 해안의 29개 항구에서 2만 2000여 명의 항만 노조원들로 구성된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의 계약이 6월 말 만료돼 하반기 공급망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노조원의 약 4분의 3은 미국 최대의 관문 항만으로 꼽히는 롱비치항과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 근무하는 이들로 글로벌 물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항만 근로자들은 팬데믹의 와중에도 재택근무 등의 조치 없이 업무를 계속해온 만큼 노조 측이 이번 협상에서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며 강경 태세로 임할 가능성이 있다. NYT는 "물류난과 인플레이션이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항만 노동자들은 그들의 영향력이 유례 없이 강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시 로페즈 노조 사무국장은 "모두가 셧다운할 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다만 해운사들이 노조의 행보에 따라 서부 항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원활하게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평양터미널서비스의 세페르 마티니파르 상업 담당 부사장은 "노조가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해운사들은 화물을 조지아주 서배너항 등과 같은 곳으로 이송할 것"이라며 "노조가 타협하지 않는다면 화물은 영원히 동부 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짐 매케나 태평양선주협회 회장도 "이번에 드라마 없이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50 대 50"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노조는 아직 사측에 요구 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불거진 중국 정부의 잇단 도시 봉쇄 조치로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한 곳인 AP몰러머스크는 이날부터 시행된 상하이 순회 봉쇄로 상하이 항만 등 현지 항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창고가 무기한 폐쇄됐고 터미널 간 트럭 운송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충격과 씨름하고 있고 중국이 산업계에 코로나19 제약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협상 교착이나 파업이 글로벌 경제에 다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