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업체 가운데 마켓컬리가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줄줄이 상장될 예정인 SSG닷컴·오아시스 등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로 4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평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김슬아 대표의 지분을 포함해 20%가 넘는 기존 주주가 2년간 록업(매도 금지)을 약속했지만 65%에 달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상장 후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어 오버행(잠재 매도) 부담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컬리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최소 9만 원에서 13만 원 안팎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 원에서 최대 6조 원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 5614억 원과 영업손실 217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63.8% 늘었으나 적자도 같은 기간 두 배로 증가했다. 누적 적자는 50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컬리는 시가총액이 크고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의 경우 적자 폭이 커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위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증권가에서는 컬리의 몸값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비교 기업들의 몸값이 낮아진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기업가치 4조 원은 지난해 거래액(GMV)의 약 2.5배, 올해 회사가 목표로 하는 GMV(3조 원)의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쿠팡 상장 당시 2.5배를 기준으로 공모가(35달러)를 책정했으나 현재 주가는 2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김진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장한 e커머스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30% 하락했다”며 “국가 간 e커머스 침투율 차이와 e커머스 기업들의 성장률 둔화까지 고려할 때 올해 IPO 대기 중인 한국 e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온라인 플랫폼들의 몸값이 기대치를 밑돈 점도 기대를 낮추고 있다. 카카오로 인수된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는 GMV의 1.3배, SSG에 인수된 W컨셉은 1.1배에 그쳤다.
신선식품 플랫폼은 손실 부담이 낮은 비식품 플랫폼보다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식품은 직매입하기 때문에 폐기 손실을 플랫폼이 책임져야 한다”며 “적정 멀티플 수준은 0.9~1.1배 수준으로, 2조 원 대의 기업가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켓컬리가 오버행 부담을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컬리는 당초 올 1월과 2월에도 예비 심사 청구를 계획했지만 FI과의 의견 조율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정을 미뤘다. 핵심 원인은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었다. 마켓컬리가 수차례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은 6%대로 희석됐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경영권 담보를 위해 김 대표 지분을 포함해 2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이들이 2년 이상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마켓컬리가 요구 사항을 반영하더라도 현재 약 65%의 FI 중 40% 이상의 대규모 지분이 빠져나갈 우려가 남는다. 특히 컬리의 적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FI들의 이탈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심사가 끝난 후에 보호예수 기간과 물량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