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경제관료 절반, 민간기업 갔다

◆경실련, 5년간 8개부처 분석
588명 중 82.5% 재취업 승인
49%가 협회·조합 등 민간으로
금감원·국세청·공정위 비율 빅3
"정부, 공직자윤리법 개정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제 부처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 경제 관련 8개 부처 퇴직 공직자의 민간 기업 재취업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승인율은 무려 82.5%였다. 취업 심사 승인율은 매년 평균 76~90%를 웃돌아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주요 부처 관료들의 전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리 나눠 먹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9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국세청·금융감독원 등 8개 경제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 5년간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을 조사했다. 8개 부처 퇴직 공무원 588명 중 485명(82.5%)이 취업 심사에서 취업 가능·승인 결과를 받았다. 재취업한 485명 중 49.2%에 달하는 239명이 민간 기업에 진출해 분야별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협회·조합(25%), 법무·회계·세무법인(10.9%), 기타(10.9%), 시장형 공기업(3.7%)이 뒤를 이었다.





민간 기업 재취업 비율은 금융감독원(71.4%), 국세청(67.5%), 공정거래위원회(76%), 기획재정부(50%) 순으로 높았다. 금융감독원은 취업 가능·승인 결정을 받은 105명 중 75명이 민간 기업에 재취업했다. 취업 기관은 한국투자증권·롯데카드·신한저축은행·하나금융투자 등이다. 경실련은 금감원 퇴직 공무원의 주요 특징으로 △재벌·유관 기관의 관행적인 재취업 △유관 기관 고위직 재취업 △청와대·기재부 낙하산식 재취업 △대형 로펌 재취업 △고위직 재취업 전 임시 취업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민간 기업 재취업 인원은 국세청(81명), 금융감독원(75명), 산업통상자원부(22명), 공정거래위원회(19명) 순으로 많았다. 국세청은 취업 가능·승인 결정을 받은 퇴직 공무원 120명 중 81명이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감독원 퇴직 공무원 중 민간 기업에 진출한 75명은 금융권의 감사·고문·전무·사외이사 등으로 진출했다. 경실련이 대표적인 민간 기업 재취업 사례로 제시한 (주)대한주정판매의 경우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대표이사, 4급 출신 관료가 부사장으로 재취업해왔다. 대한주정판매는 술의 직접 원료가 되는 주정을 주류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로 국세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경제 부처 가운데 수석 부처로 불리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삼성전자·IBK저축은행·LG전자 등 민간 기업은 물론 국제금융센터·한국상장사협의회(협회·조합)·한국동서발전·한국남동발전(시장형 공기업)·건강보험심사평가원·학교법인가천학원(기타) 등 전방위로 재취업했다.


경실련은 퇴직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 기업 방패막, 로비 창구 등 관경유착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다른 이들의 진출을 막아 노동시장 불공정과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승인될 수 있는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승인은 2016년 14.9%에서 2021년 52.4%로 최근 5년간 3배가량 급증했다. 김호 경실련 상임위원장은 “취업 승인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고 취업 심사 대상 기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제대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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