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교육부 역시 통폐합이 유력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승격한 중기부까지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라 관가가 숨을 죽이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최근 학계에 중기부를 통폐합하는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정책 전문가는 “중기부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 왔다”며 “중소벤처 분야 위주로 재편될 경우 소상공인 정책이 위축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1996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산업부의 산업 인력과 기업 협력, 지역 산업 기능,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 경제,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이관받았다. 조직도 강화했다. 중소기업정책실·창업벤처혁신실·소상공인정책실 등을 신설했다.
문제는 중기부가 21년 만에 차관급 청에서 장관급 부처로 승격했지만 국내 산업의 취약점인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수위에서는 중기부가 비대해진 조직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통계청의 ‘대중소기업 경영 비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56.2%였지만 2020년에는 57.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자금 지원을 4조 6661억 원에서 6조 2900억 원으로 늘렸지만 양극화는 막지 못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0년 말 7500개의 중소기업을 분석한 따르면 투입된 자본으로 얼마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지를 따지는 총자본투자효율 역시 2017년 27.37%에서 24.4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76%에서 3.79%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성장 사다리’를 놓겠다는 공약을 했다. 인수위도 이를 위해 중기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방안까지 강구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기부 개편이 교육부와 맞물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인수위에서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사회부총리 산하에 있는 교육부가 교육과학부로 재편되는 안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중기부 역시 국책 연구를 주도하는 과기부의 연구개발(R&D) 정책과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통폐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기부가 확대 개편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까지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중기부 개편에 대한 정해진 안은 없고 여러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