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어기 꽃게철을 앞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최근 하루 평균 60척이 넘는 불법 중국어선이 출몰하고 있다.
30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 등에 따르면 4월∼6월 연평어장의 봄어기 꽃게 철을 앞두고 이달 들어 불법 중국어선이 하루 평균 65척에 이른다.
앞서 금어기인 올해 1월 연평도·백령도 등 서해 NLL 인근 해역에 나타난 불법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25척이었다.
매일 110척 넘게 출몰한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이지만 지난 2020년 같은 달 평균인 15척과 비교해서는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해경이 나포 대신 퇴거 위주의 비대면 단속을 한 탓에 3∼4월 서해 NLL에 불법 중국어선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에는 하루 평균 200척 가량이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어선이 급증하자 해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대면 단속에서 적극적 나포로 전환했다. 다만 올해 1월부터 3개월 동안 해경이 서해 NLL과 백령도 서남방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서 나포한 중국어선은 단 1척도 없다.
이 기간 퇴거 조치한 중국어선 수도 90척에 불과하다. 3월에 퇴거한 중국어선은 4척뿐이었다. 지난해 1∼3월 해경은 서해 NLL과 EEZ 인근에서 불법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하고 274척을 퇴거 조치한 바 있다.
해경 관계자는 "이달 들어 중국어선이 늘었는데 퇴거 조치한 어선 수가 적은 이유는 작전구역으로 진입한 중국어선 수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서해 NLL 특성상 작전구역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나포나 퇴거 조치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서해 NLL에 출몰하는 중국어선은 4월 초 백령도 북서방에서 멸치·까나리를 불법으로 잡다가 4월 중순이 되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꽃게를 쓸어간다.
6월 이후에는 다시 소청도 남동방 해상으로 이동해 꽃게나 잡어를 잡는다.
최근 중국 선원들은 어선 조타실과 연결된 선실 입구에 겹겹이 철문을 설치하고 있다. 해경 단속요원들이 조타실에 진입해 강제로 조타기를 잡고 배를 멈추는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연평도 어민들은 수온과 같은 어장 환경도 꽃게 어획량과 관련이 있지만, 불법 중국어선이 늘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연평도 선주 겸 선장인 이모(67)씨는 "중국 쌍끌이 어선은 해저 바닥 펄까지 그물을 내리고 유생(어린 꽃게)마저 쓸어간다"며 "봄어기에는 2억∼3억원씩 적자를 보면서도 생계를 위해 조업에 나선다"고 한숨을 지었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서해 NLL과 서해특정해역 일대에 1000∼3000톤급 대형 경비함정 2척과 500톤급 중형 경비함정 3척 등 모두 9척을 배치해 24시간 단속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들고 집단으로 저항했지만, 요즘에는 조타실과 연결된 선실 문을 폐쇄하고 NLL 북쪽으로 도주한다"며 "대응 전술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