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 ‘살이 저렇게 찔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 게으른 사람’, 사람들은 벌써 내가 크나큰 실패를 했다는 듯 안타까워한다. 내 실패를 고쳐주려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것은 젊고 마른 몸이다. 그 마른 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도 없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은 몸을 요구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른 몸을 간절히 원했다. 그게 정답인 줄 알았으니까. 지금은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원한다. 고도 비만이거나 마르거나 엄청난 근육질의 몸이 아닌, 내가 원하는 만큼 푹 자고 일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몸. (작은비버, ‘나는 100㎏이다’, 2022년 싸이프레스 펴냄)
작은비버 작가는 100㎏의 여성이다. 사람들은 그의 몸에 대해 끊임없이 뭐라고 한다. 가끔은 무례하게, 때로는 다정과 걱정을 가장한 참견으로. 이 책은 100㎏의 여성이 자신보다 그의 몸을 더 많이 ‘생각’해준다는 온갖 사람과 말을 맞닥뜨리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혐오도 예찬도 없이 솔직하게 기록한 비만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쯤에서 벌써 악플을 달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거 다 네 건강 생각해서 해주는 말 아니냐. 맞다, 비만한 사람은 조금 덜 건강하다. 그러나 남의 몸과 삶에 대해 악플을 달거나 함부로 말하는 자는 과연 건강한 인간인가. 표준체중을 초과해 조금 덜 건강한 몸, 그리고 남에게 아무 말이나 하며 충족감을 느끼는 병든 마음 중 과연 어떤 것이 타인에게 더 해로울까. 작은비버 작가는 이제 타인이 욕망할 만한 몸을 꿈꾸지 않는다. 그저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몸’을 원한다고 말한다. 내가 갖고 싶은 몸이 바로 이 몸이구나 생각했다. 타인의 말이 아닌 내 일에 집중하는 몸, 행복하게 먹고 웃고 일하고 살아가는 몸. 저마다 다르게 큰 우리의 몸은 가벼운 입과 병든 마음에 오르내리기엔 좀 바쁘니까. /이연실 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