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귀국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세계 경제 둔화 등 3가지 리스크가 모두 실현돼 통화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2월 한은의 정책 결정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이뤄진 만큼 국내 경제 영향 등을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가 8년간의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의 화려한 국내외 인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은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미국 유학 생활과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 기구에서 일해온 이력만큼 화려한 글로벌 인맥을 자랑한다. 이 후보자는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는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과정 시절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2013년 방한한 서머스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를 IMF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이 후보자는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와도 각별한 사이다. 블랑샤르가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수행한 프로젝트에 이 후보자가 참여하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닥터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하버드대 박사 과정 시절 사귄 동문이다.
국내에서는 동문 중심의 인맥이 자리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는 인창고와 서울대 80학번 동기인 막역한 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윤 행장은 과거 IMF 상임이사 시절 이 후보자가 IMF 국장에 지원하도록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윤 행장과 함께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3인방’으로 유명했던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이 후보자의 또 다른 도우미다. 은 전 위원장 역시 2013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시절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로 IMF에 추천서를 보내 이 후보자를 도왔다. 이 밖에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인창고·서울대 후배들이다.
그가 총재로 부임하면 함께 통화정책을 논의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의 궁합도 관심사다. 1960년생인 이 후보자는 현 이주열 총재보다 여덟 살 어리지만 조윤제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 위원들보다 연장자인 데다 과거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원만한 대인 관계와 소통 능력을 보여준 만큼 금통위를 이끌어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현 부총재와는 IMF 파견 근무 시절 함께 일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위원과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관을 둘러싸고 부딪힌 경험이 있다. 이 후보자는 조 위원이 2006년 펴낸 ‘한국경제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책에 대한 논평을 통해 “향후 7~8%의 고속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은 공감하나 현재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비해 크게 낮지 않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