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통화 체제에서 달러화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한 신냉전과 세계적인 통화 긴축 흐름을 틈탄 위안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글로벌 통화 질서 재편을 노리는 중국과 이에 맞서는 서방 간 신화폐전쟁의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30일(현지 시간)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074위안 내린 6.3566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8일 0.0007위안, 29일 0.0092위안에 이어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이달 25일까지 0.73%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2% 넘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에너지 수입 비중과 경기둔화 우려, 통화정책 기조의 차이로 엔화와 유로화가 약세에 시달리는 사이 중국은 안전자산으로서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당국이 시장에 개입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엔화는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이달 28일 장중 6년 7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25엔까지 곤두박질치며 국제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엔화는 이미 지난해 말 국제결제 비중에서 위안화에 4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특히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된 것이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가 원유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원유 결제에서 달러화의 아성에 위안화가 현실적인 위협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된 것을 계기로 중국이 개발한 위안화 결제청산시스템(CIPS)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위안화가 파운드화까지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외환 자산의 최대 1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