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집'에 MZ세대 줄선 이유는…

친구·연인과 인생 첫 헌혈 등
혈액난에 2030 팔걷고 나서
하루 50~60여명씩 방문에도
수급불안 여전…"재고 이틀치뿐"

2030세대들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헌혈의집 한양대역센터에서 현혈을 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

“혈액이 부족하다고 해 헌혈하러 왔어요.”


29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헌혈의집 한양대역센터는 젊은 헌혈 기부자들로 가득했다. 모두 여섯 자리 중 다섯 개가 차 있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송파구 헌혈의집 잠실역센터에서도 4명이 헌혈 중이었다. 3명은 이미 헌혈을 마친 후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청년들이었다. 다른 지점도 비슷했다. 서울 강동구 헌혈의집 천호센터에는 헌혈자 8명이 있었는데 불과 10분 사이에 3명이 더 왔다. 연인·친구와 함께 온 이들도 있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혈액 부족 소식이 알려지면서 헌혈의집을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헌혈을 하러 온 대학생 김 모(21) 씨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고 인생 첫 헌혈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헌혈의 집을 찾은 박 모(23) 씨는 “친구 따라 처음 와봤다. 피가 부족하다고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게 됐다”고 밝혔다. 헌혈의집 천호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2주 전까지는 사람이 없었는데 저번 주부터 조금씩 생겼다”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루 평균 50~60명 정도 오는 것 같다”고 했다.


헌혈의 집을 찾았다가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이 모(29) 씨는 헌혈을 하러 왔다가 문 앞의 표지판을 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격리 후 4주가 지나야 헌혈이 가능해서다. 그는 “지금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헌혈을 해왔다. 누적 헌혈 횟수가 20번 이상”이라며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근 2년 만에 헌혈하러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29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2~3월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년도 21만 8000명 대비 올해 3월 헌혈자는 16만 명으로 25%가량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음에도 혈액은 여전히 부족하다. 헌혈의집 잠실역센터 관계자는 “방송에 피가 부족하다고 나와서 (사람들이) 늘기는 했는데 이것도 별로 없는 것”이라며 “원래는 더 많아야 한다.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전혈”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역센터 관계자도 “지금 전국 기준으로 B형만 재고가 3일치 있고 나머지는 2일치뿐”이라며 “헌혈 독려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기념품을 두 개씩 줬고 두 달 전부터 상품권을 두 장씩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애 아주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혈액관리법으로 혈액을 관리하고 있는데 수입 관련 조항이 없어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잘못된 소문에 휘말리지 않고 헌혈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도 “코로나19 확산에도 전국 헌혈의집은 정상 운영하고 있다”며 “헌혈 장소에 칸막이 설치, 주기적인 소독 등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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