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근무에 4대 보험 제공의 조건을 내걸어도 일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불가피한데 이마저도 규제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단체급식업계가 조리실 보조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기관 구내식당업’에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외동포(F-4) 비자 외국인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의 채용 절차가 까다롭고 인력 풀도 넓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의 단체급식업체들은 지방 공장에서 일할 조리실 보조 인력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조리원이라 불리는 조리실 보조 인력은 주로 오전 5~6시에 출근해 음식 재료 다듬기, 설거지, 청소, 급식장 정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데다 공장 대부분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어느새 기피 직종이 돼버렸다. 업체 입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고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과 업계의 요구에 정부는 지난해 말 H-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의 근무 허용 업종에 기관 구내식당업을 추가했다.
업체들은 그러나 이 같은 조치만으로 현장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이 H-2 비자 취득자를 고용하려면 먼저 내국인 채용 전형을 실시하고 채용이 안 됐다는 증빙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배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대형 급식업체들은 배정받는 인력이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단순 노무 업종을 제외하면 취업 범위에 제약이 없는 F-4로의 비자 전환이 늘어나면서 H-2 취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서 ‘채용 가능 외국인 범위를 F-4 비자 취득자로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위생이나 안전 등 기존 근무 인력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급식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 노무로만 취급해 인력 풀을 제한하는 것은 해당 직무에 대한 관계 기관의 편협한 시각을 드러내는 처사라는 것이다.
대기업 급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H-2 비자 인력에 대한 기관 구내식당업 취업 허용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구내식당 사업자들에게 그나마 가뭄에 단비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다수 재외동포가 H-2가 아닌 F-4 비자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H-2 비자 취업 허용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도권의 경우 아직 인력 여유가 있지만 지방은 시내와 동떨어져 있는 공장에 입점한 사업장의 상황이 심각하다”며 “코로나19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 여력이 더 생기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