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류세 인하 및 곡물 수급 안정화 등 물가 안정 정책을 잇따라 펴고 있지만 3월 물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와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물가 안정이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3월 물가는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5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3월 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9%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차관은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와 인하 폭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화물차주들은 보조금 제도를 개편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현재는 유류세를 내리면 화물차 보조금도 줄어드는 구조”라며 “서민들이 유류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원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할인 쿠폰 지원 등으로 국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고 곡물과 명태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큰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을 적기에 방출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데이터 요금 지원 및 장애인 대상 통신 요금 감면 등 취약 계층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5월 새 정부 출범, 6월 지방선거 등과 맞물려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고물가를 잡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고물가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나온 양적 완화 정책과 재정 정책, 공급망 차질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시작됐다”며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나도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