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수순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신 쌍방울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면서다. 쌍방울그룹 외에도 서너 개 기업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지 직후인 지난달 29일 상거래 채권단과 만나 “3~4개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회생법원이 에디슨모터스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배제 결정을 내린 만큼 쌍용차는 곧바로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하면서 인수 후보군도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곳은 쌍방울그룹이다. 쌍방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류 제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음 주 중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계열사 광림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광림은 이동식 크레인과 전기 작업차, 청소차, 소방차 등 특장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완성차 일부를 뜯어내 특장차로 개조하는 방식이다.
앞서 쌍방울은 ‘광림 컨소시엄’을 꾸리고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항공 정비 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업체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를 통한 여행 신사업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성정이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쌍방울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쌍용차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그룹은 2016년 전자 부품 회사인 나노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속옷 브랜드 비비안, 2020년 아이오케이컴퍼니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쌍용차 인수전에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에서는 부채를 갚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려면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입찰 공고 당시에도 10곳이 넘는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대규모 자금 조달의 벽을 넘지 못해 본입찰에는 3곳만 참여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을 10월 15일로 정한 점도 부담이다. 6개월 안에 자금력을 갖춘 인수 후보를 찾아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토킹호스는 회생 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 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후 높은 가격 등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경우에만 계약 대상을 바꿀 수 있다.
후보자가 등장하고는 있지만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할 만한 자금력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 있다. 쌍용차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쪼그라든 판매 실적도 문제다. 일단 쌍용차는 올해 6월 출시 예정인 전기차 신차 ‘J100’과 내년 하반기 선보이는 ‘U100’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