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협박 속에서도 도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7년여 만에 공식 전시됐다.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는 2일 도쿄도 구니타치시에 있는 구니타치시민예술홀 갤러리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를 개최했다. 오는 5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 '원근(遠近)을 껴안고' 등이 전시됐다. '원근을 껴안고'는 히로히토(1901∼1989) 일왕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 작품이다. 이 외에도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 등 한국 관련 작품도 다수 소개됐다.
'표현의 부자유전'이 도쿄에서 열린 것은 2015년 1월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실행위는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민간 전시장에서 이 전시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우익 단체의 방해와 협박으로 전시장 측이 장소 대여에 난색을 보여 연기해야 했다. 연기 후 10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전시회는 공공시설에서 관련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속에 열렸다. 이와사키 사다아키 실행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개최에 협조해준 구니타치시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우익의 방해와 협박 속에 개최되는 전시회이기 때문에 실행위는 구니타치시 및 전시장 측과 작년 9월부터 100여차례에 달하는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니타치시와 전시시설 관리 측에 총 100여건에 달하는 항의 전화 및 메일이 쇄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실행위 측에는 작년 12월 협박 메일이 와서 경찰에 신고했고, 협박 당사자도 경찰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오카모토 공동대표는 전했다.
이날 우익 단체들은 전시장 주변에서 차량과 확성기 등을 동원해 소음을 내는 등 방해 시위를 했다. 일부 우익 인사들은 차량으로 전시장 주변을 돌다가 기습적으로 차량에서 내려 전시시설 진입을 시도했지만, 전시장 주변에 배치돼 있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