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음주운전으로 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을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았어도 징계시효가 지났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처벌이 내려진 시점이 아닌 지휘관이 인지한 시점부터 징계시효를 계산한 건 잘못이라고 인정한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육군 23보병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무효확인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육군 부사관 A씨는 2015년 6월 서울 노원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같은해 10월 A씨는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서울북부지법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육군 인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군인은 민간 검찰 및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지휘관에게 관련 사실을 즉각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4년 가까이 숨겨오다 2019년 11월 감사원을 통해 뒤늦게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A씨는 징계시효가 지났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군인사법은 직무상 의무 위반을 한 군인에 대한 징계시효를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1·2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감사원의 통보를 받고 원고가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돼 징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40일 후 이루어진 처분이 징계시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민간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을 숨겨 같은 기간 군 사법기관에서 형사 처분을 받은 군인들과의 상당한 인사상 불균형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군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징계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기산되는 것이지 징계권자가 징계사유를 알게 됐을 때부터 가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