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대회에 상금 279억 원이 걸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2시즌이 골프 팬들에게 인사한다.
2022 KLPGA 투어는 오는 7~10일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 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계속된다. 개막 두 번째 대회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갤러리도 받는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민지 천하의 재연이냐, 새로운 여왕의 등장이냐’다. 지난 시즌 KLPGA 투어는 박민지(24)가 장악했다. 15억 2100만 원을 벌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썼고 다승왕(6승)과 대상(MVP)까지 3관왕을 차지하며 잊지 못 할 한 해를 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 타수를 지켜내거나 오히려 줄이는 위기 관리, 넣어야 할 때 반드시 성공하는 클러치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덕분이다. 120~140야드를 남긴 러프에서 그린 적중률이 69.5%나 됐고 10~20야드 거리에서 샌드 세이브율(벙커에서 타수 잃지 않는 능력)은 42%, 4~5야드 퍼트 성공률은 35%로 나타났다. “잘 할 때의 흐름을 유지하고 의지를 이어가는 것”을 올해 숙제로 설정한 박민지는 “5년 간 통산 10승 했으니 이제 다시 ‘1’을 보고 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2010년대 이후 상금왕 2연패는 두 번 있었다. 2011·2012년 김하늘과 2017·2018년 이정은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면 미국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아 연속 기록이 드물다. 한국에 남은 박민지는 4년 만의 상금왕 2연패 기록에 도전한다.
박민지 대항마로는 장하나(30)를 첫 번째로 꼽는 게 당연하다. K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약 56억 원)인 장하나는 통산 승수 15승으로 역대 4위, 현역 2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이 주 무대인 신지애(20승) 다음이다. 지난 시즌 평균 타수 1위에 올라 박민지의 전관왕을 저지한 장하나는 2017년 미국 무대에서 유턴한 뒤 첫 상금왕이자 2013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상금왕 타이틀을 노린다.
투어를 대표하는 인기 선수인 동갑내기 라이벌 박현경(22)과 임희정(22)도 어엿한 대권 주자다. 박현경은 지난 시즌 1승에 준우승 네 번, 임희정은 1승에 준우승 세 번을 했다.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는 힘을 얼마나 키웠을지 팬들은 궁금해 한다. 박현경은 시즌 막판 체력 저하가 아쉬웠고 임희정은 반대로 전반기에 성적이 잘 안 나왔다. 임희정은 마지막까지 박민지와 대상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 데뷔 첫 다승(2승)에 성공한 이소미(23), 유해란(21), 김수지(26)도 있다. 김수지는 데뷔 첫 우승 뒤 한 달 만에 또 우승하며 기자단 선정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2019년 데뷔 후 꾸준히 우승 경쟁 경험을 늘리고 있는 이가영(23)이 잠재력을 폭발 시키는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2019년 임희정은 3승을 몰아치고도 조아연(22)에게 밀려 신인상 포인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때만큼 치열한 신인상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드림(2부) 투어 상금 1·2위인 윤이나(19), 권서연(21)과 평균 타수 1위 이예원(19), 시드전을 1위로 통과한 손예빈(20) 등이 후보다. 점프(3부) 투어에서 한 라운드에 이글 3방을 터뜨리는 최초 기록을 썼던 윤이나는 추천 선수로 나간 정규 투어 대회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예원은 정규 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공동 14위 성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2라운드까지는 장하나와 함께 공동 선두였다.
권서연은 2017년 캐나다 월드주니어걸스챔피언십 우승자다. 아타야 티띠꾼(태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는데 티띠꾼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진영과 같은 캠프에서 겨울 훈련을 한 권서연은 시즌 2승을 목표로 내걸며 “고진영 프로님의 자기 관리와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한) 박민지 언니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