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접종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3년 가까이 중단됐던 각종 행사와 대학 축제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5개월 만에 하와이 운항을 재개했다. 정부의 자가격리 의무 면제 조치 이후 첫 중·장거리 노선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첫 운항인데 탑승률이 80%에 달했다”며 “신혼여행객 등 가족 단위의 승객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현재 코로나19 이전의 9% 수준인 국제선 항공편을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사들은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앞다퉈 증편에 나서고 있다.
여행 업계도 한껏 들뜬 분위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 발표 이후 여행·항공권 예약이 2.5배 넘게 급증했다”고 전했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예약 관련 상담이 몰리며 업계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바빠진 분위기”라며 “이전에는 여행 관련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다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개인 여행객이 대부분이지만 하반기부터는 대규모 관광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감염병 분류에서 코로나19가 아직까지 4급에 머물러 있어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해외를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1학기에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2학기에는 해외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관광객의 국내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 대형 행렬을 3년 만에 진행할 예정이다. 연등회는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로 2020년에는 취소됐고 지난해에는 소규모로 진행됐다. 연등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5만 명 정도가 행렬에 참여했는데 올해 비슷한 정도의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2년 넘게 끊겼던 명동 상권도 가뭄 끝 단비를 기대하고 있다. 명동에서 카페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 모(58) 씨는 “대형 의류 브랜드들도 다 망해서 길거리가 귀신 나올 것처럼 휑했다”며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공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학가도 3년간 중단됐던 축제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경희대는 11일 벚꽃 문화제 ‘블라썸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달 27일부터 6월 3일까지 ‘총장배 교내 경기대회’를 진행한다. 축구·농구·e스포츠 등 종목으로 구성된 행사는 서울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려대도 5월 석탑대동제 대면 진행을 구상하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학 축제라 학생들은 벌써부터 공연팀과 기획단을 꾸리는 등 부푼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성균관대 학생 김 모(24) 씨는 “지난달 말에 열린 학교 축제에서 친구가 공연을 했다”며 들뜬 반응을 보였다. 각 대학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각종 행사를 앞두고 “당장 참여해야 겠다” “몇 년 만의 축제라 감회가 새롭다”며 대면 행사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