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면서 러시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우크라이나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키이우 교외에서 거주하는 여성들은 현지 경찰, 언론, 인권 단체에 러시아군에게 입은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고 있다. 현지 당국에는 러시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부터 아이가 보는 앞에서 혹은 총구가 겨누어진 상태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까지 접수됐다고 한다. 한 여성은 “전쟁이 발발한 날 키이우를 떠나기 전, 나를 보호할 무기로 콘돔과 가위를 집어들었다”면서 “폭격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구급 상자보다 피임 도구를 먼저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성폭행을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서남부 빈니차의 한 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여성 교사를 학교 도서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하 회장은 "(개전 이후) 많은 여성들이 긴급 핫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해왔지만 전쟁 중이라 이들을 돕는 것이 어려웠다"며 "강간은 실제보다 적게 신고되는 범죄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파악한 피해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각지에 조직을 둔 여성단체 '페미니스트 워크샵'은 지방정부와 협력해 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의료·법률·심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단체는 전시에 군사 전술처럼 성폭행이 활용됐다는 사실이 향후 몇 년간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에 깊은 고통을 남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워크숍의 르비우 센터 직원인 사샤 칸처는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 군인에게서 멀리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트라우마는 피해자 내부에 폭탄처럼 남아 계속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력은 전쟁범죄와 국제인도법 위반인 만큼, 우크라이나 검찰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신고가 들어온 성폭행 사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디언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법정의 실현은 현재의 성폭력 위험에 놓인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두려움을 달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