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포켓몬 빵과 말표맥주

신미진 생활산업부 기자


‘포켓몬 빵’과 ‘말표 맥주’가 최근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두 상품의 공통점은 ‘추억 소환’이다. 어릴 적 일기장에 붙이던 스티커와 구두약으로 아버지 신발을 닦던 기억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성공의 배경에 3대째 가업을 잇는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포켓몬 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 ‘띠부띠부씰’은 경북 경산에 위치한 스티커 제조 업체 환타스틱스가 생산한다. 대부분의 스티커는 한 번 붙였다 떼면 접착력이 떨어지지만 띠부띠부씰은 수차례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환타스틱스가 보유한 45가지 특허 덕분이다. 환타스틱스를 운영하는 김영회 대표는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스티커 사용이 줄면서 폐업 위기에 놓였던 환타스틱스는 올해 포켓몬 빵 협력사로 재참여하면서 다시 한번 원동력을 찾았다.


말표 맥주를 만든 말표산업은 올해로 56년째 말표 구두약을 생산하고 있다. 2013년 30대의 나이로 경영에 나선 오너 3세 정홍교 대표는 해외 유학 경험을 살려 지식재산권(IP)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2020년 CU와 협업한 말표 맥주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올해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말표산업 전체 매출에서 구두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다. 오래된 기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국가 산업의 뿌리가 단단하고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업력 30년 이상의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0여 개에 불과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영자의 ‘뚝심’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2의 포켓몬 빵과 말표 맥주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이 ‘백년 가게’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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