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지난해 1월 방송인 조영구가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13년 동안 장모님을 속여왔다고 고백했다. 국내 1호 곤충 요리 전문가이자 장모인 송혜영 요리연구가의 곤충 요리를 앞으로 못 먹겠다는 것. 송 연구가는 그동안 사위 조영구에게 모둠곤충피자, 고소애 쿠키, 메뚜기 새알 미역국 등을 요리해 줬다.
곤충 식품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곤충 식품을 줄곧 먹어온 사람도 아직은 일반 식품처럼 섭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거듭되는 이상기후로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가축 대신 식용곤충을 섭취하게 될지도 모른다. 올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5도 상승하면 최대 48%의 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곤충은 인류 역사 초기에 세계 모든 민족의 식생활에 포함됐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과연 곤충을 주식으로 먹을 수 있을까? 아직은 생소하지만 머지않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식용곤충 식품의 생산 방식을 살펴봤다.
단계①: 식품원료로 사육 가능한 곤충 선정하기
현재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사육 가능한 곤충은 총 11종이다. 벼메뚜기, 누에 번데기, 누에 유충,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밀웜), 쌍별귀뚜라미(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식용곤충의 사육 농가가 지속해서 증가하면 해당 농가는 그 식용곤충을 식품 원료로 인정해 달라고 농촌진흥청에 요청한다. 농촌진흥청은 식용곤충의 특성, 영양성, 독성 등 위해성 평가를 비롯해 제조 공정 표준화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용곤충의 안전성 등을 연구한다. 수많은 연구원이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비로소 식용곤충이 식품원료로 인정받게 된다.
그 외의 곤충은 먹거리로써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식용할 수 없다. 윤은영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는 “곤충을 채집해 먹으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야생 곤충이 무엇을 먹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이를 섭취할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연구와 검증을 거친 11종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용 곤충은 ‘한시적 식품원료’와 ‘일반 식품원료’로 나뉜다. 한시적 식품원료는 승인된 영업자만 승인된 형태로 식용곤충을 조리할 수 있는 제도다. 대부분 새롭게 등록되는 식용곤충은 한시적 식품원료로 분류된다. 그러다 식용곤충이 안정적으로 활용되고 식용곤충업계가 일반 식품원료로 전환될 수 있게 규제를 정비해달라고 건의하면 한시적 식품원료가 일반 식품원료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럼 이때부터 모든 영업자가 식용곤충을 다양하게 제조·가공·조리할 수 있다. 일반 식품원료는 메뚜기, 백강잠, 누에처럼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널리 사용한 기록이 있다면 전래적 식품근거에 의해 인정될 수도 있다.
식용곤충은 곤충의 특성에 따라 사육 방법이 상이하다. 갈색거저리 유충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사육할 수 있어 작은 부피의 상자와 톱밥만 있으면 된다. 육식 특성도 없어 사육밀도가 높아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쌍별귀뚜라미는 성충이 되면 높이 뛰어올라 큰 상자가 필요하다. 아메리카왕거저리처럼 육식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사육밀도도 낮춰야 한다.
곤충을 사육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바로 ‘곤충병’이다. 사육장 내에서 곤충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식용곤충 농장주는 사육장 전체 개체를 폐사해야 한다. 병 전염속도도 매우 빠르고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장주는 병해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미 폐사가 진행됐다면 사육장 전체를 소독하고 다시 사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식용곤충의 사육이 끝났다면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련의 제조공정을 거쳐야 한다. 곤충마다 표준화된 제조공정은 다르지만 대부분 절식, 세척, 살균, 동결건조의 단계를 거친다. 우선 적당히 성장한 식용곤충을 2일 이상 굶겨 체내 안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절식이라고 한다. 미생물의 번식을 예방하고 이취를 없애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절식을 마친 곤충은 세척, 살균, 건조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우리가 아는 바삭한 식용곤충이 된다. 일부 식용곤충은 분말의 형태로 재탄생된다.
식용곤충 제품은 시리얼, 쿠키, 프로틴 바, 프로틴 셰이크, 숙취해소제 등으로 꽤 다양하다. 지난해 4월엔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오창고등학교에서 식용곤충을 활용한 급식을 도입했다. 갈색거저리에서 자란 동충하초 버섯을 갈아 넣은 어묵으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갈색거저리의 영양분을 흡수한 동충하초를 배양해 식재료로 활용한 것이다.
친환경·고영양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은 식용곤충 산업은 농축산업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메티큘러스 리서치는 식용곤충 시장이 2023년까지 12억 달러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세계 식용곤충시장이 2026년에 7억 1,000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사 주체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식용곤충산업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은 공통적이다.
국내 식용곤충 시장도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식용곤충 사육 농가는 2020년 기준 2,873개소로, 2019년(1,597 농가) 대비 13.3%로 증가했다. 지난달 10일엔 롯데제과가 캐나다의 식용곤충 제조사 ‘아스파이어 푸드그룹(Aspire food Group)’에 약 1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식용 흰점박이꽃무지를 사육하고 있는 강지연 봉화곤충호텔 대표는 “식용곤충을 생산 및 가공하는 농가로서 사육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농가 또한 우리 식품으로 다가가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어달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랍스타도 예전엔 빵보다도 못한 식품이었지만 인식 개선을 통해 고부가가치 식품으로 전환되기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식용곤충도 인식 개선만 이뤄지면 안전성 평가가 완료된 상당히 안전한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식용곤충 식품 자체는 이제 막 태동기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있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짙고 식품에 대한 선입견이 지배적이지만 우리 식탁에서 마주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