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부모의 장례식 방명록 명단 일부를 친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가 법정 다툼에서 동생들에게 패소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이달 1일 정 부회장의 동생 2명이 정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명록 인도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정 부회장의 모친인 조모씨는 2019년 2월,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은 2020년 11월 사망했다. 정 부회장의 동생들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정 부회장에게 장례식 방명록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정 부회장은 방명록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동생 측 조문객이라고 판단된 명단 일부만 건넸다. 동생들은 2020년 12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방명록 사본을 요청했지만, 재차 거절당하자 그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장례식 관습과 예절, 방명록 등의 성격 및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를 보관·관리하는 자는 망인의 다른 자녀들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 부회장 측은 “방명록에 명단은 단순한 정보에 불과한 것으로 원·피고의 공유물로 볼 수 없다”며 “문상객은 자신이 의도한 특정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수집·이용을 허락한다는 의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는 각 상주·상제별로 방명록이 따로 비치되지 않고, 문상객들도 상주·상제와 상관없이 망인 본인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문상하는 경우도 많은 점 등을 들어 정 부회장의 동생들이 방명록을 열람한다고 문상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 부회장 측은 "2020년 11월 치러진 부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은 동생들에게 공개했으며, 2019년 2월 치러진 모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만 이사 중 분실돼 전달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굳이 모친상 방명록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 부회장이 모친의 상속재산 10억 원 중 2억 원을 달라며 2020년 9월 동생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캐피탈 퇴직금을 포함해 현대그룹 금융 3사에서 총 109억 원을 받아 카드사는 물론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