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꽃가루로 만든 종이가 고해상도 컬러 인쇄를 한 뒤 다시 지웠다 인쇄했다를 8번 반복해도 원래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년 내 꽃가루 종이가 기존 목재를 가공해 만들어 자연 파괴와 탄소 배출을 하는 기존 종이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남준 난양공대(NTU) 재료공학과 교수는 꽃가루로 만든 종이에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인쇄하고 지운 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을 인쇄하고 지우는 등 8번이나 인쇄와 지우기를 반복한 결과 종이 구조나 인쇄 이미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온라인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인쇄된 이미지에 테이프를 붙이고 떼어냈을 때 토너 가루 입자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꽃가루 종이 표면에 토너층이 붙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쇄된 꽃가루 종이를 물에 담그더라도 손상되거나 부드러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 교수는 “꽃가루 종이를 알카리성 용액에 담그면 부풀어 올라 토너 층이 종이에서 기계적으로 분해돼 떨어져 나간다”며 “아세트산으로 인쇄물을 처리하면 종이는 다시 인쇄할 준비가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꽃가루 종이에 고해상도 컬러 인쇄를 한 뒤 알칼리성 용액을 사용하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조 교수팀은 꽃가루 알갱이를 가공해 부드러운 묵 형태의 소재(겔)를 만들고 이를 건조해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몇 년 전부터 개발해왔다. 그는 “수산화칼륨으로 거친 해바라기 꽃가루 알갱이 표면에 붙은 캡슐화된 세포 성분을 제거하고 이를 부드러운 마이크로겔 입자로 바꿔 사람 머리카락의 절반 두께(약 0.03㎜)의 종이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을 위해 꽃가루로 약물전달시스템(DDS)을 만드려고 6시간 동안 알칼리성 용액에 담아놓는다는 것이 실수로 며칠간 꺼내지 않았다가 젤 같은 물질을 발견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꽃가루 종이는 기존 종이 제조 공정보다 훨씬 간단하고 에너지를 덜 쓰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꽃가루 종이는 공기 중의 습기에 반응해 특정 환경에서 구부릴 수도 있고 말릴 수도 있다.
한편 조 교수팀은 코로나19 시대의 심각한 ‘플라스틱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꽃가루로 석유화학 물질인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도 병행해왔다. 꽃가루로 화장품 소재, 음식 포장재, 의료용 붕대, 자동차 선탠 소재 등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