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도시] 최욱 대표 "자연스러운 '병치'로 한국의 멋 살려…시간의 가치까지 담았죠"

■원오원건축 대표
새로 짓기보단 기존 구조물 계승해 조화
한국 건축 공공성 강화토록 법 다듬어야

최욱 원오원건축 대표. 김인철·원오원팩토리

한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병치(竝置)’의 미학이 보인다. 사랑채가 있고 안채가 있다. 대문이 있고 행랑채가 있다. 다른 용도를 가진 별개의 공간이 서로를 마주 보며 조화를 이뤄 또 하나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최욱 원오원건축 대표는 “우리 건축에서는 어떤 요소가 있으면 다른 요소가 툭 하고 개입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가 창출되는 ‘병치’의 미학이 우리에게는 있다”고 말했다.


‘가회동 두 집’도 병치의 미학을 따랐다. 1930년대 한옥과 1960년대 양옥은 이질적이다. 길에서 보면 옛 전통을 따른 한옥이 우선 보이는데 그 뒤에 해방 이후 건축 양식의 양옥이 툭 하고 나타난다. 둘은 이질적이면서도 어울린다. 최 대표는 “한옥과 양옥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정밀하게 조율된 느낌이기보다는 ‘툭툭’ 던져진 느낌이 강하다”며 “정돈된 조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병치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멋이 한국의 멋”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건축물을 계승한 것은 건물 속에 녹아 든 ‘시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었다. 최 대표는 이를 ‘깨진 도자기’에 비유했다. 그는 “도자기가 깨지면 당장은 별 게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금을 잘 메워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값어치가 생긴다”면서 “기억을 갖고 있는 ‘시간의 유산’을 남기려는 노력이 컸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원오원건축은 유네스코 기준을 따라 건축물을 보존한다. 가회동 두 집 외에도 그가 설계한 제주도 ‘설록향실’ 등에는 기존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건물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한국 건축 문화에 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공공성 강화’라고 답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스페인 공공건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평범한 집에 사는 시민들이 광장이나 도서관에서 최고 수준의 건축물을 향유할 수 있다. 그는 “건축가의 노력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공공건축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민간 건물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 또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주변과 잘 조화되는 아름다운 건물을 설계하는 것으로도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마을 은행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이 쉬듯 시민들이 자주 찾고 눈여겨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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