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박힌 산은…'젊은피' 이직 움직임

대우조선 인사 등 잇단 논란 속
은행연 이어 증권사도 채용 공고
"부산 가기 전 퇴사자 쏟아질 것"


KDB산업은행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방 이전 공약에다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인사 논란까지 겹치며 직원들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내부에서는 부산 이전이 시작되면 대규모 인력 유출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공고하면서 산업은행이 뒤숭숭하다. ‘중고 신입’으로라도 입사하겠다는 저연차 직원들의 움직임이 나오면서다. NH투자증권은 지점 영업, 본사지원,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두 자릿수의 채용 계획을 공고했다. 10일까지 서류 지원을 받는다. 이미 지난달 말 경력직으로 은행연합회에 합격해 퇴사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금융사의 신입 채용에까지 산은 직원들이 동요를 하는 것은 산은이 차기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면서다. 산은은 윤 당선인이 수차례 추진 의사를 밝힌 지방 이전을 대놓고 반대했다. 산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이동걸 산은 회장까지 공개적으로 지방 이전을 반대했다. 산은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로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한국해양대 동기인 박두선 대표가 선임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산은 간 갈등은 더 커졌다. 인수위는 정권 교체 시기에 산은이 이사회 일정까지 앞당겨가며 무리하게 친정부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산은은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일정을 앞당긴 점도 우크라이나 사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무산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그간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온 피로도가 이번 기회에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산은 회장으로 선임돼왔을 뿐 아니라 역대 산은 회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은이 진행해온 구조 조정 역시 원칙보다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올해 퇴사하는 산은 직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산은에서의 경험을 활용할 분야가 많아 이탈 인력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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