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는 노후주택에만…계약갱신 분쟁조정 장치 마련을" [청론직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한국부동산분석학회장)
文정부, 자산 형평성 위한 규제는 정책 아닌 ‘부동산 정치’
임대차3법 문제점 많지만 당장 폐지하면 시장 혼란 가중
尹정부 추진 등록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시장 안정에 도움
‘세금폭탄’은 증여만 늘려…양도세 한시적 면제가 바람직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이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허술하게 임대차 3법을 입법해 2년 동안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며 “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우선 꼽힌다. 집값은 물론 전월셋값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 가중됐다. 새 정부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주택임대차 3법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월셋값 급등을 막는 데 급급해 세밀한 준비 없이 임대차 3법을 도입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전월세상한제는 노후 주택에 한해 적용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갱신거절권이 충돌할 경우 이를 해소할 확실한 분쟁 조정 장치를 둬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무슨 문제점이 있었는가.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2015~2017년 주택 인허가 물량이 매해 70만 가구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착시가 있었다. 아파트는 인허가 이후 착공을 거쳐 입주까지 3년 이상 걸린다. 2017년 인허가 물량이 2020년 이후에 공급되는 것이다. 3년 이상 시차가 있는데도 이를 간과하고 공급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공급은 충분한데 가격이 오른다면 이는 다주택자들이 신규 공급을 독점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압박해 주택을 매물로 내놓게 해야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책의 초점이 자산 형평성을 맞추는 데 있었다.


-자산 형평성 맞추기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한 셈이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정권 출범 초기 수준으로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고 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정책의 결과로 집값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집값 낮추기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


-2018년쯤부터 외려 집값이 폭등했는데.


△주택 공급을 소홀히 하면서 서울의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집값이 뛰었다. 정부는 뒤늦게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주택자 압박 정책에 공급 정책을 추가했다.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하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정책이기 때문에 추진할 수 없었다. 대신 선택한 방법이 신도시 건설이다. 그러다 보니 2기 신도시가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그나마 토지 매수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입주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려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 /권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건축·세제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집값이 다시 들썩거릴 조짐을 보인다. 올해 집값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집값은 지난해 가을 정점에 이른 뒤 거래가 줄어들고 정체되는 분위기였다. 최근 인수위가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시장에서 기대감이 생겨 국지적 가격 재상승이 우려된다. 공급 문제 해소 방안을 확실히 제시하면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올 8월이면 정부가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임대차 3법을 시행한 지 2년이 된다. 인수위는 많은 부작용을 낳은 임대차 3법을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대차 3법에 문제가 있으니까 폐지하겠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정책을 불과 2년 시행하고 없앤다면 시장 혼란만 가중된다. 임대차 3법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워낙 다급한 나머지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의 핵심인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전국에서 동시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독일 베를린은 2013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 대해서만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한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대도시 노후 주택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수급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고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노후 주택처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는데도 단순히 수급 탓에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인이 정당한 임대 가치 이상의 임대료를 요구할 때 이를 제어해주는 제도다. 우리도 그렇게 바꿔야 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 /권욱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어떻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권 간의 충돌을 해소하는 장치가 있어야 된다. 외국에서는 양자가 충돌하면 법원이 해결한다. 판사가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고 임차인이 머무를 이유가 더 절실하다면 계약 갱신을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임대인의 손을 들어준다. 거의 모든 나라가 충돌 해소 장치를 두고 있다. 이런 장치가 없는 한국에서는 임대인이 스스로 거주하겠다면 계약갱신거절권을 무조건 인정해준다.


-우리나라에도 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 않은가.


△강제력이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동의해야 분쟁조정위에 갈 수 있다. 임대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가 없앤 등록임대주택제도를 다시 도입하려고 한다.


△등록임대주택은 민간 임대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면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재산세·취득세 등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대신 임대인은 의무 임대 기간 준수(4·8년), 임대료 증액 제한(5%) 등 의무를 지켜야 한다. 현 정부는 2017년 도입한 이 제도를 2020년 사실상 없앴다. 모든 주택 유형의 단기 매입 임대(4년)와 아파트의 장기 매입 임대(8년) 제도를 폐지하고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일원화했다.


-현 정부가 이 제도를 없앤 이유는 뭔가.


△이 제도를 들여다보면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에 들어 있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에 임대주택사업자 주택이 70만 가구 정도 있었다. 2017년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자 100만 가구가량 추가로 등록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주택을 내놓도록 해야 되는데 세제 혜택 탓에 주택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제도를 다시 없앴다. 다주택자를 투기 시각에서만 바라본 결과이며 정책 일관성까지 훼손한 사례다.







-등록임대주택제도를 활성화하면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까.


△등록임대주택제도는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임대차 3법 하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혼란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만약 이 법에 따라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너무 크다면 이를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 체계로 축소하고 대신 적극적으로 비제도권의 민간 임대주택을 제도권에 편입함으로써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 등은 법 개정 사항인데 민주당은 폐지 대신 오히려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허술한 입법 탓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된다. 민주당이 인수위 측과 협력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부동산 세제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부동산 세제가 처음부터 강력하지는 않았다. 원래는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종합부동산세율을 3%에서 3.2%로 올리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니까 종부세율을 단숨에 6%로 올렸다. 세금을 갑자기 두 배로 인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공정가액비율과 공시가격까지 올렸다. 주택 소유자들은 세금폭탄이 터지니까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했다. 그러자 정부는 세금 전가를 못하도록 임대료상한제를 도입했다.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들이댔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이렇게 두더지 잡기 식으로 추진되다가 두더지도 잡지 못한 채 끝났다.


-부동산 세제에서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점은 무엇인가.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도 올리고 보유세도 올린 것이다. 다주택자는 모든 세금이 오르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증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도세율이 증여세율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여 비율이 사상 최고로 올라갔다.


-인수위가 주택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낮은 편이고 양도세와 취득세는 높은 편이다. 따라서 보유세는 올리고 양도세·취득세는 내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보유세는 물론 거래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렸다. 하지만 무리한 세제 강화는 주택 매물화 대신 증여 확대만 가져왔을 뿐이다. 증여는 자산의 대물림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의도한 자산의 형평성 제고에도 위배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일시적이라도 양도세 부담을 낮춰 주택 공급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



[청론직설] 이상영 교수 인터뷰./권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는데.


△종부세는 특이하게 국세이지만 부동산 세금은 기본적으로 지방세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합치는 게 맞다. 지방세는 주민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세 정책은 본래 지방 재정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집값을 떨어뜨리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크게 잘못됐다. 세금의 본래 의미와 역할을 상실했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한마디로 규제를 없애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5년 동안 250만 가구 공급(수도권 130만 가구)을 얘기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총량으로 얘기하면 가능하다. 한 해 동안 인허가 물량이 대개 40만~50만 가구니까 5년이면 250만 가구가 된다. 무리한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몇 백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식의 공약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별 의미가 없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주택정책을 펴면서 이런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도 그 정도 물량을 공급했을 것이다. 그랬는데도 문제는 많았다.



He is…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부동산114를 창업해 10년 동안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2011년부터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과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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