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술 유출 사건을 다루는 수원지법에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가 설치된다. 국가적으로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법원도 판결의 전문성 제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법관 정기 인사가 단행된 2월 형사12단독(노한동 판사)·형사13단독(이혜랑 판사)·형사14단독(김회근 판사)을 지식재산권 분야 전담 재판부로 지정했다. 세 재판부는 그동안 교통사건 전담 재판부로 운영됐으나 이번 사무 분담에 따라 지식재산권 사건도 다루게 됐다. 이와 함께 관련 민사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로 민사3단독(최환영 판사)·민사11단독(이현정 판사)을 지정했다.
수원지법의 지재권 전담 재판부 필요성은 법조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사안이다. 관내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SK하이닉스, 네이버, 판교테크노밸리, 광교테크노벨리 등 첨단 기술 보유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원지법의 카운터 파트너인 수원지검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2018년 3월 첨단산업 보호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돼 첨단산업 보호수사단을 출범시켰다. 수원지검이 재판에 넘긴 산업기술유출방지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6년 0건, 2017년 6건에 불과했지만 전담 수사팀 출범 이후 꾸준히 늘어 2018년 22건, 2019년 11건, 2020년 10건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술 유출 사건을 기소하는 검찰청이 됐다,
다만 수원지검에서 접수되는 사건이 늘고 있음에도 수원지법에 전담 재판부가 없어 검찰 및 사건 관계인들은 불편을 겪어왔다.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법률 쟁점이 얽혀 있어 고도의 전문성과 재판 경험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사건이 각 재판부에 무작위로 배당됐다.
수원지검도 전담 재판부 지정을 요청하는 공식 의견을 수원지법에 제시한 바 있다. 3월 이건배 수원지방법원장이 취임 직후 신성식 수원지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술 유출 전담 재판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수원지법 내부에서도 기술 유출 사건의 증가세를 감안해 자체적으로 전담 재판부 설치 방안을 추진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전담 재판부 신설로 기술 유출 사건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한편 재판이 더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재판부별 양형 편차도 해소될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전문인 이석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 유출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과 같이 배당이 이뤄져 다소 아쉬움이 컸다”며 “전담 재판부가 구성되면 향후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