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美 긴축 가속화까지…"경기 하방위험 확대" 경고 수위 ↑

KDI, 4월 경제동향 발표
'불확실성 확대'→'하방위험 확대' 수위 높여
"우크라·미 긴축 가속화로 대외여건 악화"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내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한 지난달보다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론 미국의 긴축 가속화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한층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연구기관 KDI는 7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외 여건이 악화되며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경기 불확실성 높게 유지(2월)’,‘경기 불확실성 크게 확대(3월)’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 KDI는 원자재가격 상승 우려에 제조업 기업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점은 KDI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제적 파급 현황’을 별도로 설명한 대목이다. 전쟁 장기화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KDI는 “대러 경제제재로 인해 원자재 가격 급등, 국제금융시장 불안, 세계제조업심리 악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런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요인과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 장기화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높은 물가상승률로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 경기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도 ‘성장세 둔화 가능성(3월)’에서 ‘하방위험 증대(4월)’로 바꿨다.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움직임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실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은 물론 양적긴축을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KDI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금리와 환율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물가 잡기’를 최우선 과제로 발표한 가운데, 악화하는 대외 여건 속에서 정책적으로 개입할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여건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환율과 치솟는 물가에 취약한 저소득층 계층을 중심으로 한 지원책 발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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