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003620) 인수전 재료에 관련 주식들이 널을 뛰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회사들이 인수 의향을 밝힌 후 계열사의 주가 폭등을 틈타 대량 매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주가조작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문제를 조사하고 관련 기업을 공시 심사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쌍방울(102280)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급락하고 있다. 쌍용차 인수설이 나온 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3영업일 동안 쌍방울(108.26%), 광림(014200)(83.13%), 나노스(151910)(69.67%) 모두 급등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인수전에 다른 기업이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쌍방울(-31.29%), 광림(-17.76%), 나노스(-40.98%) 모두 급락했다. 4일 이엔플러스도 인수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일 상한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3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이전 주가로 돌아갔다. 이엔플러스는 7일 공시를 통해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으나 신규 사업 집중을 위해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새롭게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KG그룹 관련주들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6일 장 마감 직전 KG그룹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이 알려지자 KG케미칼(001390)이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으며 다른 계열사인 KG ETS(151860)(22.96%), KG동부제철(14.03%)도 급등하며 장 마감을 했다. KG그룹의 주가는 7일 오전까지도 20% 넘게 급등했지만 이내 상승 폭이 대부분 증발했다. KG케미칼은 장 초반 전날의 급등세를 이어 4만 9350원(24.31%)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오후에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4만 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G ETS도 장중 최고가는 1만 9300원이었지만 1만 6450원에 장 마감을 했다.
다수의 기업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고 주가가 요동치자 증권가에서는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수 능력이 불확실한 회사들이 인수 의지를 밝히고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대상으로 정해지면서 자금 조달 창구인 에디슨EV(136510)의 주가는 지난해 5월 21일 6100원에서 11월 11일 종가 기준 6만 34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의 지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조합이 주가 급등 이후 대부분의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거래소는 불공정 거래 심리에 착수했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던 중 계열사인 미래산업이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의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7개의 상장사를 거느린 쌍방울그룹은 대부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일 미래산업이 주가가 급등한 틈에 아이오케이의 지분을 처분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거세졌다. 쌍방울그룹은 “미래산업은 2020년 9월 아이오케이 주식 239만 5210주를 주당 4356원에 인수했는데, 이번 매도한 647만 주에 대한 처분가액은 지난해 11월 주당 1720원, 이달 4일 주당 1978원이라 당연히 차익 실현은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지만 주가 급등을 틈타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전환사채(CB) 발행이 활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림·미래산업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총 850억 원어치의 CB를 발행했다고 밝혔지만 상호 간 CB를 주고받으면서 실제 회사에 유입된 자금은 350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금 조달 효과가 없지만, CB를 전환하면서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서로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 내부 거래가 활발한 쌍방울그룹의 재무 구조는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 안정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쌍용차 인수전을 놓고 주가조작 논란이 거세지자 당국은 철저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6일 임원 회의에서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참여 기업의 주가 이상 변동 등 불공정 거래 개연성을 조사할 것”이라며 “관련 기업을 공시 심사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뒤 감사보고서를 집중적으로 심사해 필요시 신속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쌍용차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