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운(運)이 없다. 5월 10일 국정을 맡는 순간 내우외환 악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든다.
현실이 아닌 허상을 좇아가다 나라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낸 현 정부와 다른 길을 가야 하니 ‘전환 비용(transition cost)’에 신음할 것이다. 민주노총 등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거세질 게 뻔하다.
미국과 중국의 G2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호(號)의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하고 빚에 찌든 나라 곳간을 다시 튼실히 채워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외환(外患)은 숨통을 조여온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시진핑 중국 정부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통상 주도권 장악을 위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자국 주도의 국제 통상 규범을 만들기 위해 세력 규합이 한창인데 한국은 1순위 포섭 대상이다. 안보 동맹국 미국과 제1 교역국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코리아 패러독스’ 현상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한국 경제와 수출을 지탱해온 주력 산업은 그야말로 외풍(外風) 앞 촛불 신세다. 지난 5년간 비뚤어진 이념의 경제정책에 우리 기업들의 투자 발목이 잡히는 사이 해외 기업들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디스플레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명운을 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만 보더라도 미국 의회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20억 달러(약 64조 원)의 미국경쟁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430억 유로(약 59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초대형 반도체 인프라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액공제와 인력 양성 방안에 구멍이 숭숭 뚫린 우리의 반도체특별법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뿐 아니라 친환경차·유기발광다이오드(OLED)·배터리 등 다른 미래 산업도 경쟁국 정책에 견주어 비교 열위에 놓여 있다. 5년간 투자 정책을 소홀히하고 기업을 중심이 아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한 결과다.
윤석열 당선인이 물려받은 불운(不運)은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떠한 시각으로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행운(幸運)이 될 수 있다.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 투자를 유도하고 규제를 풀어 고용을 창출하고 편향된 노사 관계를 교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기를 권한다.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 등과 돌아가며 윤대(輪對)하다 보면 기업의 질고(疾苦)를 알게 되고 과감한 지원 방안도 찾을 수 있다. 고용과 투자 창출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대폭 늘리고 경쟁국보다 과다한 상속세와 법인세는 손질해야 한다. 아울러 현실을 무시한 중대재해처벌법과 과속 탄소 중립, 기울다 못해 뒤집혀버린 노사 관계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기업 지원=특혜’라는 낡아빠진 이념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목소리는 흘려 듣는 결기도 필요하다.
미중 통상 마찰이 점점 격화하면서 코리아 패러독스에 놓인 우리 기업들이 ‘미래 산업 실드(shild·방패)’를 쌓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중국 누구 하나 한국과 우리 기업을 홀대하거나 하대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글로벌 1위 기업인 TSMC가 대만의 경제와 국격을 높이고 미중 반도체 기업들이 TSMC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단 돈 1페니도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며 재정 확대를 통한 퍼주기 복지 대신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일하는 의욕을 고취했다. 윤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새겨 담아야 할 경구(警句)임에 틀림없다. 윤 당선인의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 의지가 국부(國富)를 결정한다. 구멍 뚫린 그물망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국부를 창출하겠다고 식언(食言)한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