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월 경제 동향 분석을 통해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고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으로 봤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고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 봉쇄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3년짜리 국채 금리는 8년여 만에 3%를 돌파하는 등 발작 수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장 시중 금리 흐름만 보면 14일 총재 없이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가계·기업의 빚 부담이 커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7일 발표된 KDI의 4월 경제 동향은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3월)’에서 ‘경기 하방 위험 확대(4월)’로 우리 경제를 진단한 게 단적인 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별도로 다룰 만큼 악재로 꼽았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본 데는 악화된 기업의 심리 지수가 한몫했다. KDI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올 2~3월 93에서 4월 83으로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출 기업 업황 BSI도 3월 107에서 93으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금융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KDI는 경고했다.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실제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8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 중 3%까지 올랐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하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고 앞으로 매달 최대 950억 달러씩 보유 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음을 감안하면 우리 통화 당국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갈수록 좁혀져 하반기 역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14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 명분이 시장에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총도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톤이 더 암울했다. 이들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평균 2.7%에 불과했다. 정부(3.1%), 한국은행(3.0%), 아시아개발은행(3.0%) 등의 전망치보다 한참 낮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을 2.5% 이하로 전망한 응답도 29.5%나 됐다.
이들 전문가는 대외 여건이 나아지기는커녕 악재가 점점 쌓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장 큰 악재로 거론했다. 전쟁이 곡물·에너지 가격 등 물가를 자극하는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차기 윤석열 정부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여건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 취약한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할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