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안보엔 新·舊 권력이 없다






맹준호 바이오부 차장



셰일 혁명이 미국의 세계 전략 대전환을 일으켰다. 미국은 셰일 오일 덕분에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 중동 정세 관리에 외교·군사력을 집중하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전략의 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겨 중국을 무릎 꿇리는 데 올인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이었던 만큼 이 전략에도 깊숙하게 관여했다.


중국 압박에 전념하려면 다른 지역의 골칫거리는 잠재우고 발을 빼야 한다. 먼저 중동. 미국은 이란 핵 합의를 통해 핵 개발을 저지시키고 지역 내 친미 국가를 이스라엘과 수교시켜 중동 정세 전반을 안정시킨 뒤 빠져나오기로 한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지원 아래 수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란 핵 합의 복귀에 공을 들여 성과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중동 정세와 연결돼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을 전격 철수시켰다.


동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대시켜 러시아를 견제해 위협 요소를 줄이고자 했다. 발트 3국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도 가입을 희망할 정도로 나토 확대는 자발적으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집중하고자 하는 미국의 등을 찔렀다. 러시아의 태도를 봤을 때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미국은 동유럽에서 한동안 머리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들이 러시아에 이어 제각각 미국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새로운 문제아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이 자신을 언론인 살해 배후라는 이유로 좋게 대우해주지 않는 것이 불만인지 선을 넘나드는 행동을 한다. 최근엔 석유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며 ‘페트로 달러’라는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기까지 했다.


중국은 최근에는 잠잠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을 앞두고 어떤 미중 대립 구도를 만들려고 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가만히 있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이 15일을 전후로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이나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기까지 했다.


하필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안보에는 새 권력과 옛 권력이 없다. 군사·외교 측면의 안보뿐만 아니라 공급망 안보에서도 신구 권력 간 혼란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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