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 드라이브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보다 투표율이 대폭 떨어져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당내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조치”라는 평가부터 일각에서는 “더 시급한 과제도 있는데,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어제 오늘 이어진 의원들의 간담회만 놓고 보면 지방선거 전 통과에 무게추가 쏠리는 분위기”라며 “지지층 여론 추이를 보면서 언론개혁 법안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5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을 공식화한 뒤 6일 법조인 출신 의원 간담회, 7일 희망 의원 대상 간담회, 8일 3선 이상 중진 간담회를 연이어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당 지도부는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 채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와 이 전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맞대응하기 위해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의 산업부 압수 수색, 경찰의 경기도 압수 수색, 감사원의 4대강 보 해체와 백현동 사업 감사 등을 열거한 뒤 “정치 탄압과 보복 수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 차원 대응은 물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해 정치 탄압과 정치 보복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입법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 등 두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자체 보완 수사 기능은 물론 경찰 수사에 이의가 있으면 요구할 수 있는 보완 수사 요청 권한을 모두 없애는 게 핵심이다. 검찰이 6대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지만 보완 수사 권한을 떼어내면 수사 범위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법안 처리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관련 법안 등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90일간 추가 심사하는 방식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법사위에 합류하면서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를 채워 안건조정위를 곧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검수완박 입법이 공론화하면 이 전 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입법이 ‘이재명 살리기’ 성격이 있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전이 예상되는 지방선거에서 반전 계기를 만들려면 뿔뿔이 흩어진 지지층 결집부터 노려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6월 지방선거 투표율이 60% 이하를 기록하면 우리 지지층만 잘 뭉쳐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면서 “법조계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중도층의 거부감 확산 등을 고려해 반대하는 의원들도 그동안 적지 않지만 지지자들에게 희망 고문만 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공감대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기조를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일단은 신중하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인수위는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