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잠재성장률 제고 위해 한계기업 구조조정 시급” 권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7일 “팬데믹 과정에서 한계 기업에 투입된 자원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및 신산업 육성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구조 조정에 주력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을 묻는 의원의 질의에 서면으로 이같이 답변했다. ‘옥석 가리기’를 통한 구조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중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한계 기업’은 2020년 기준 15%(3465곳)에 달한다.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 보상 비율이 100% 미만인 ‘부실 징후’ 상장사 비율은 2009년 30.4%에서 2020년 39.4%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경영이 어려워진 요인도 있지만 정부가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애초 경쟁력 없는 기업까지 구제해준 탓에 좀비 기업이 급증했다. 2020년 4월 이후 네 차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며 지원해준 총규모는 200조 원을 넘는다. ‘폭탄 돌리기’로 부실 자산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자영업 대출은 지난해 말 909조 원으로 2년 새 32.8% 급증했고 빚을 진 자영업 가구 중 적자 가구가 78만 가구(16.7%)에 이른다. 정부의 도움으로 개인 사업자 은행 연체율은 0.16%로 좋아 보이지만 속은 잔뜩 곪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회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조건 지원하면 멀쩡한 기업까지 공멸할 수 있다. 상환 능력을 따져 구조 조정을 해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성이 뒤섞인 독극물이 세계경제에 걸쳐 있다”며 2년 내 불황을 예고했다. 선제적 구조 조정을 해야 더 큰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1~2022년 2%까지 떨어졌고 구조 개혁이 없으면 2030년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 후보자가 한계 기업 구조 조정과 더불어 중장기 과제로 꼽은 민간 중심 생산성 향상, 노동 유연성, 교육제도 개선 등은 국가 미래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 후보자의 제언을 되새기면서 최우선 국정 과제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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