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 이끌 실세 부총리…"물가 자극 최소화할 추경 고민"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
정책통에 친화력·정무능력 뛰어나
尹 '여소야대 정국 돌파' 의지 반영
규제 개혁 통한 '민간 성장' 중시
꼼꼼함 앞세워 품목별 물가 관리
국가재정 쓰되 효율 높여나갈 듯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지명되자 관가에서는 “정말 이대로 가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과거 정부가 경제 사령탑을 발탁할 때 '깜짝 카드'를 앞세워 선명한 개혁 의지를 내보였던 점과 비교하면 예상 범위 내 무난한 인사라는 평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이날 지명 뒤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안정”이라며 "당면 현안인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경을 하기는 해야 한다”며 “물가 때문에 추경을 스톱(중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조합을 가지고 (물가 상승) 우려를 해소하면서 추경의 목적과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있다. 추 후보자는 “가계부채·국가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있기 때문에 정책을 거시적으로 보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고 진단했다.


추 후보자는 경제기획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과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배경이 없던 그가 당선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달성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박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있었다는 게 관가 안팎의 분석이다.


추 후보자의 최대 과제는 정부 출범 이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다. 현직 의원인 추 후보자가 초대 부총리로 지명된 배경에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달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있다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 후보자는 정책통이면서도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무·조정 능력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최소한 문재인 정권 때처럼 정부가 여당과도 다투고 야당과도 반목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직 의원이 부총리로 지명된 것은 2016년 유일호 전 의원 이후 이번이 6년 만이다. 다만 그가 이날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내세우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추경 규모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에도 정무적 능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손댈 수 있는 시행령만 고쳐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땜질식 대응’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법을 고쳐야 세율 인하 등 본질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에 중독된 국가 성장 경로를 정상화하는 것도 그의 숙제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그는 규제 개혁과 민간의 성장을 중시하는 성장론자로 분류된다. 기재부 1차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에는 규제 대못 뽑기를 핵심 과제로 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주도하기도 했다. 기재위와 예결위를 거치면서 확장 재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기도 했다. 국가 재정을 쓰되 적재적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예산 수립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자영업자·가계부채 문제 등 당면한 리스크 관리는 그의 ‘전공 과목’으로 꼽힌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직접 수술한 경력이 있다. 기재부 1차관 때도 당시 남유럽 재정 위기 등을 무난하게 수습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는 고물가 문제는 특유의 성실성을 앞세워 개별 품목을 일일이 챙기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료 시절 ‘추 사무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전임인 홍남기 부총리의 별명이 ‘홍 주사(주무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총리가 한 단계 승진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기재부 내에서 돌 정도다.



◇약력 △1960년 대구 달성 △대구 계성고 △고대 경영학과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행시 25회 △1999년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2005년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2009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013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4년 국무조정실장 △2016년 20대 국회의원 △2020년 21대 국회의원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