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쌍용차 인수전을 두고 또다시 업계가 떠들썩합니다. 무수한 논란을 딛고 인수 본계약을 맺었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 대금 미납으로 계약이 해제되자, 새로운 인수의향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모습입니다. 2010년 이후 약 11년 만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가 현재 1년 가까이 지연되는 모습에 업계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쌍용차 인수전과 관련된 업체들이 ‘테마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최근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주목하며 인수 의향를 밝힌 기업들에 대한 집중 감독 및 심사 예정을 밝혔습니다. 쌍용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2년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쌍용차 매각 이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A to Z’로 자세히 살펴보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쌍용차의 위기가 본격화된 때는 2020년 4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2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의 흑자 전환 계획에 비상등이 커졌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세에 내부 타격이 컸던 마힌드라 측이 “오랜 심의 끝에 현재 흐름과 예상 현금 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쌍용차에 사실상 알아서 길을 찾으라는 통고를 내린 거죠.
여기서 쌍용차의 연혁을 좀 살펴볼까요. 1999년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 쌍용차는 5년 뒤인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습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지며 4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쌍용차는 법정 관리를 거쳐 2011년 드디어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됩니다. 이후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지만, 얼마 가지 못해 경기 침체, 판매 부진 등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마힌드라 측이 투자 철회 의사를 밝힌 당시,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이었죠. 이에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산업은행 마저 ‘대주주의 노력’을 지원 전제로 제시하면서 쌍용차 회생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됐습니다.
이후 쌍용차는 보유 중이던 각종 부지, 물류센터, 서비스센터 등 유형자산을 줄줄이 매각하며 급히 유동성 확보에 나섰습니다. 마침내 같은 해 12월 약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쌍용차에 투자했던 4만여 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법정 관리가 개시됐습니다.
◇ 에디슨모터스·SM그룹 등 쌍용차 인수전 후끈=2021년 6월, 쌍용차의 매각 주간사를 맡은 EY한영회계법인이 매각 공고를 내면서 ‘새 주인 찾기’가 공식화 됩니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로는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거론됐죠. 앞서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던 2010년에도 인수 관심을 보였던 SM그룹 역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쌍용차 인수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당시 업계이선 쌍용차 인수전이 에디슨모터스, SM그룹, 카디널 원 모터스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M그룹은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과의 시너지를 노리며 쌍용차 인수 후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을 예고했습니다. 에디슨모터스는 당시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전기차 생산기업 쎄미시스코(현 에디슨EV(136510))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죠. 당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1조 원 대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컨소시엄은 사모펀드 KCGI를 합류시키면서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이후 SM그룹의 입찰 포기로 본입찰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앤티 컨소시엄 등이 유력 인수 후보로 올라섰습니다.
◇ 에디슨모터스, 자금력 문제 재점화=지난해 10월 마침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됩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컨소시엄의 인수 자금 마련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2020년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액은 약 900억 원. 인수 시 같은 기간 매출 수준이 30배에 달하는 3조 원 규모인 쌍용차를 품게 돼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말도 많았습니다. 결국 본계약 체결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에디슨모터스 측의 인수 능력에 대해 회의를 품습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 타당성 점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며 정책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 생존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가리는 일”이라며 상당히 수위 높은 지적에 나서기도 했죠. 설상가상 에디슨모터스 측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사모펀드 키스톤PE가 투자 결정 유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자금력 논란이 더욱 불거졌습니다. 전기차 업체 전환에 대한 비전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었는데,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는 이유였죠.
◇고래 삼킨 새우? 일단 본계약 맺었는데…=결국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에 쌍용차 인수 본계약을 체결합니다. 인수금액은 3028억 원으로, 그동안 입장차가 컸던 운영자금 500억 원에 대해선 사용처 사전 협의 여부를 별도로 체결되는 업무협약에 명시하기로 합의하면서 본계약이 성립됐습니다. 이제 관건은 채권단 동의 여부인데, 에디슨모터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 회생 계획안 제출하면,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3월 쌍용차의 430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의 주요 기업 대표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회생 계획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회생계획안에는 회생담보권(2320억 원) 및 조세채권(558억 원)은 관계 법령과 청산가치 보장을 위해 전액 변제하고, 회생채권(5470억 원)의 1.75%는 현금 변제, 98.25%는 출자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어 마힌드라 보유 주식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고, 출자 전환 회생채권액은 5000원당 1주로 신주를 발행한 후 신주를 포함한 모든 주식을 보통주 23주 당 1주로 재병합하며, 인수대금에 대해선 1주당 액면가 및 발행가액 5000원의 신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이었죠. 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지분 91%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에 채권단 측은 “에디슨모터스가 3048억 원을 넣어 쌍용차 지분 90% 이상을 손에 넣는데, 6000억 원에 달하는 회생채권을 1.75%만 주고 다 떼어먹겠다는 건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쌍용차 인수 무산…'소송전'으로 얼룩진 인수전= 그리고 일이 터졌습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기한 내 인수대금 잔고를 납부하지 못하면서, 쌍용차 측은 ‘계약해제' 사실을 알린 거죠.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 1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 상장유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4월 1일로 공고된 관계인집회 기일 연장을 요청해 왔으나, 이 사안은 인수·합병(M&A) 절차 공고 이전부터 이미 거래소 공시,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졌던 사항으로 인수인이 이를 감안해 투자자 모집 등을 준비했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의 일방적인 계약 해재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계약해제 효력정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서울회생법원의 쌍용차 회생계약안 배제 결정에 불복한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한 상황입니다. 쌍용차의 경우 이를 업무방해 행위로 주장하며. 재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돌고 돌아 다시 열린 쌍용차 인수전에 쌍방울(102280)그룹, KG그룹 등이 다시 뛰어들면서 쌍용차 매각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과 관계사들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습니다. 불공정거래 논란까지 확산되면서 금융감독원에서도 인수전 참여 기업들에 대한 집중 감시 및 심사를 예고했고요.
에디슨EV 주가 흐름을 좀 살펴볼까요. 지난해 5월 말 7000원선이었던 주가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연일 급등하며 11월 11일 종가 기준 6만 원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대주주 투자조합의 주식 처분 등 일명 ‘먹튀' 논란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던 에디슨EV 주가는 계약 해제 소식 이후 1만 원선으로 복귀, 현재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에디슨EV 주식을 780억 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발을 들인 쌍방울그룹, KG그룹 등의 계열사들 역시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쌍방울, 광림(014200), 나노스(151910)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은 인수설이 나온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주가가 70~110% 급등했지만, 자금 조달력 문제가 또 불거지며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KG그룹 계열사인 KG동부제철(016380), KG케미칼(001390), KG모빌리언스(046440), KG동부제철우(016385) 등 역시 계열사들끼리도 주가 방향성을 달리하며 다소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관련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정 원장은 "특정 테마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 협력을 통해 조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협의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