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만 몰빵"…꿈의 직장 IT업계 임금인상에 '평균의 함정'

웹젠 노조 게임업계 첫 파업 결정
작년 2000만원 인상 발표했지만
실제 오른것은 대부분 백만원대
네이버 등 IT맏형도 비슷한 문제
연봉 두자릿수 올리기 대책 추진

중견 게임사 웹젠(069080)의 노동조합이 최근 연봉 협상이 결렬되자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IT 기업들 내에 만연한 소수 임직원들에게 처우 개선이 집중되는 ‘평균의 함정’이 초래한 곪은 부위가 터져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은 고속 성장에 따른 결실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며 처우 개선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웹젠위드)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92.78%의 투표율과 전체 대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 가입원의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향후 파업 일정 및 방식은 화섬노조 IT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조율할 예정”이라며 “게임업계 첫 파업인 만큼 파장을 신중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웹젠 노조는 올해 사측과의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게임업계 첫 파업이라는 강수를 뒀다. 노조 측은 올해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며 노조는 평균 16% 인상에 일시금 200만 원이라는 타협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측은 중간평가(B등급) 이상을 받은 직원에게만 200만 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고 맞서며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측은 지난해 ‘평균의 함정’을 겪었기 때문에 일괄 인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웹젠은 평균 연봉 2000만 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금액만 보면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대부분의 직원의 임금 인상은 백만 원 단위에 불과했다는 것. 이에 직원들은 소수의 임직원에게만 성과가 몰렸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4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 지회장은 “지난해 평균의 함정 이후 퇴사 인원이 많았지만 남은 직원들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바 그 전년도에 필적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웹젠 직원들도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노조는 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균의 함정은 웹젠 뿐만 아니라 IT업계 전반에서 목격되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프로그래머스’가 이달 5일 발표한 개발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발자 중 절반 이상(56.5%)이 4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 1억 원 이상을 받는다고 답한 개발자는 전체의 2%도 되지 않았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업계 선두 회사들도 평균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례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평균 연봉이 4억 원에 달하는 걸로 알려지며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미등기 임원 9명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60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IT업계 ‘맏형’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 2900만 원으로 경쟁사 카카오(035720)(1억 7200만 원)에 큰 폭으로 뒤처졌다. 하지만 전체 평균 연봉은 뒤처지는 가운데 임원 평균 연봉(4억 630만원)은 카카오(2억 4900만원)를 크게 앞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에 최근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망에 ‘카카오 미등기 임원들의 선임 시기가 작년 10월 이후인 만큼 네이버 임원의 연봉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잇단 불만에 일부 회사들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카카오는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을 전년 대비 15% 인상하고, 내년에는 6%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네이버 노사 또한 임직원 연봉 재원을 지난해 대비 10% 늘리는 데 잠정 합의했다. 2020년 5%, 2021년 7%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두 자릿수로 상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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