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을 이끌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빠른 초대 내각 발표다. 이달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취임과 동시에 민생을 살리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KAIST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각각 지명했다.
총리 후보자에 이어 초대 내각 구성도 역대 당선인 중 가운데 가장 빨랐다. 당선 이후 77일이 걸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한 달 이상 빠르고 56일이 소요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도 24일이 앞선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 안보 환경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혹해 취임과 동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담겼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할당과 안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서 이끌어주실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며 “나머지 분도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장관 후보자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질문에는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이끌 분을 찾아 지명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이나 남녀 등 균형이 잡힐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은 이날 윤 당선인이 경제부총리에 추 의원을, 국토부 장관에 원 위원장을 발탁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추 의원은 기재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 국민의힘 원내 수석부대표를 지내 전문성과 대야(野) 협상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반면 국토부 장관에는 전문가 대신 정치인 출신이자 두 차례 광역지자체장을 맡아 행정력을 갖춘 원 위원장을 지명했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해 국정 운영을 밀어붙이기보다 적극적인 대야 협상과 협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