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규제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증권회사의 부당 권유, 불완전 판매 제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소법으로 인한 영업 활동 위축과 블랙컨슈머 양산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만큼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증권회사 부당·위법 행위 적발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금소법이 시행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조치된 부당·위법 행위 총 6건 중 4건이 부당 권유나 불완전 판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 권유나 불완전 판매는 제재 수위가 최소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한다. 기관 제재는 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중지 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기관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업무 일부 정지는 업무 전부 정지 다음으로 제재 수위가 높다.
지난해 3월 시행된 금소법은 금융 소비자의 권리와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일부 상품에 적용했던 6대 판매 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 행위 금지, 부당 권유 행위 금지, 허위 과장 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 상품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부당 권유와 불완전 판매로 최근 제재를 받은 곳들은 대부분 사모펀드 사태와 연관돼 있다. NH투자증권은 가장 최근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부당 권유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3개월 동안 업무의 일부 정지 및 51억 7280만 원의 기관 과태료 부과와 임직원 문책 제재가 내려졌다. 금감원은 제재 대상 사실로 ‘부당 권유 금지 위반’에 대해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하면서 펀드의 투자 대상 자산 및 투자 구조 등이 불확실했던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신한·KB·대신증권이 줄줄이 제재 조치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해 이해 상충 관리 의무 위반, 불건전 영업 행위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6개월 동안 사모펀드 판매 등 일부 업무 정지, 40억 8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KB증권은 라임 펀드 부당 권유 등 이유로 6개월 동안 사모펀드 신규 판매 정지와 과태료 6억 94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대신증권은 라임 펀드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반포 WM센터 영업점 폐쇄 조치를 받았다.
다만 현재까지 금소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시행 후 9월까지 계도 기간을 거친 만큼 실제 적발과 제재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소법 개정 필요성도 나온다. 금소법이 설명 의무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바람에 고객 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금소법 제도를 악용한 블랙컨슈머 때문에 업무 피로도가 쌓인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은 뒤 청약철회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금융 현실에 맞는 개정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연도별 증권회사의 부당·위법 행위 적발 및 조치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11건에서 2017년 26건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가 2021년 5건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증권사별 부당·위법 행위 제재 건수는 미래에셋증권이 14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11건), NH투자·삼성증권(10건), KB증권(9건), 신한·하나금융투자(8건), 대신증권(7건) 순으로 나타났다.
정혜진·서종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