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근거로 제시한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현직 부장검사가 작심 비판했다.
서현욱 부산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는 1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스탠더드라면 국제형사사법재판소는 왜 수사·기소가 분리돼 있지 않나. 거기야말로 글로벌스탠더드의 표준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곳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 부장검사의 글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장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보, 내사 등 초동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증거수집, 참고인 조사 등 수사 전반을 직접 수행하는 나라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독일과 영국처럼) 수사·기소권이 권력 분산과 전문성 차원에서 분산되어 가는 추세"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 부장검사는 “미국이 수사·기소가 분리됐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소리”라며 “미국은 대배심이 중죄 기소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배심에서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들어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배심이 경찰의 수사서류를 보고 기소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증인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고 기소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서류만 보고 기소를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희대의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서 부장검사는 되레 수사·기소 융합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취지로 여권 인사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영국의 변화만 보더라도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처음에는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하다가 인권침해가 심각하자 검찰을 만들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며 “이후 지능형 범죄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지자 중대비리수사청(SFO)을 만들어서 다시 수사와 기소를 합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SFO를 검찰이라 할지 중수청이라 할지는 보고싶은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능적 경제·부재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합쳐야 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서 부장검사는 “수사·기소 분리는 절대선이나 글로벌 지향점이 아니라 범죄대응과 인권보호라는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과정에서 잠시 나왔다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서 부장검사의 글에 대해 한 검사는 댓글을 통해 “검찰선진화, 글로벌스탠더드 등의 네이밍을 통한 허위선동에 잠이 안 왔는데 정확히 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