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의 호소…"국방부, 정치 이념과 관련 없어 흔들지 말아달라"

부승찬 대변인 사의 표명후 12일 고별 브리핑
"국방이 존재하는 한 안보 공배 없었다"고 강조
역대급 내우외환 속 국방부 입장 전해 고군분투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이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고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민병권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말 국방부 간판역할을 했던 부승찬 대변인이 12일 고별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정치 이념과 관련 없다.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는 5월 10일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보수·진보에 편향되지 말고 일관되고 굳건한 안보 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전념해 주기를 바라는 당부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사의를 밝힌 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고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방이 존재하는 한 안보공백은 없었다”며 “여기 55만 군 장병과 국방부 직원들 모두 피와 땀을 가지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부 대변인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전날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규모 실기동 한미군사훈련 폐지 및 축소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완곡히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그간에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때 실기동훈련도 같이 진행돼 왔던 것을 (현재는) 대대급 수준에서는 한미연합이 연중 균형되게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독수리훈련 등 한미의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폐지하고 대대급 이하 규모의 연중훈련으로 전환했지만 전반적으로 훈련 횟수는 되레 늘었음을 애둘러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대대급 이하 규모로 실기동 훈련이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개 이상의 대대급 부대들이 거의 동시에 훈련을 하고 있어서 사실상 연대급 규모로 훈련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도 이해된다.



부승찬 대변인의 기존 브리핑 장면/연합뉴스 자료사진

부 대변인의 이 같은 호소에는 역대급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여간의 대한민국 안보 환경 속에서 국방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했던 그간의 고충이 녹아있다. 실제로 그가 지난 2020년 12월 별정직 고위공무원으로 대변인에 임용된 이후 끊임 없는 국방부의 내우외환에 대응해야 했다. 전례 없던 해외파병 부대의 집단감염사태를 비롯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위협 및 7차 핵실험 재개조짐,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탈북자의 비무장지대 월북사건 등 군 경계실패, 부실급식사태, 군내 성폭력 사건, 천안함 사건 재조사 결정 및 번복 사태, 군내 기강해이 논란 등의 수많은 이슈가 쏟아졌다. 한 주 한 주가 부 대변인에겐 살얼음판 같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이나 반론을 하고 싶어도 다른 부처와 달리 정보보안을 지켜야 하는 국방부의 특성상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 같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부 대변인은 ‘행간의 함축'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으로 대중과 언론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언론과 소통을 하려 고군분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 대변인은 1970년 제주 출생으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후 공군 소령까지 지낸 국방 전문가다. 국회 국방위원회 및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의 정책보좌관을 맡기도 했고,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재임시절엔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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