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달 하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서울에서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변동이 없다면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 대략 보름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치르게 된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이른 시일 내 한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는 셈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내세운 만큼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증진과 대북 억지력 확대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미국 AP통신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24일께 일본에서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일본에서 개최할 쿼드(QUAD) 정상회의 날짜를 사실상 못 박은 것이다. 쿼드 정상회의는 호주 총선 일정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호주 총선이 다음 달 21일로 확정되면서 다음 달에 차질 없이 열리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방한하면 윤 당선인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 취임할 예정인데 대략 보름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셈이다.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만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54일 만에 각각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석 달가량 된 시점에 미국 정상을 만났다.
박진 한미정책협의대표단장은 이와 관련해 “한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필요성에 대해선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계기가 있으면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대단히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이야기했다”고도 밝혔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핵심 의제는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 억지력 확대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 참여를 언급했다. 자유민주주의 핵심 국가가 참여하는 역내 안보협력체 가입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한미동맹의 복원 문제가 핵심 어젠다로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쿼드 가입’ 등에 긍정적인 만큼 한미 정상 간에도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영국·호주의 외교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 대한 가입 논의가 우선 거론될 수 있다”며 “오커스 역시 중국 견제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한미 공조를 강화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7차 핵실험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한에 대한 압박 방안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박 교수는 “현시점에 한미 간 핵심 의제는 북한”이라며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수위에 따라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 간 기존 외교적·경제적 수단 이외에 군사적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며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한미 군사훈련 강화 등 대북 압박을 확대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안보와 관련한 협력 확대 방안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문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 입장이 나올 수 있다”며 “이에 맞춰 한미 간 공급망 강화와 신기술 협력 등 확대 방안도 언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