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유가 낮추려 '매연 유발' 에탄올 규제 완화… ‘친환경’ 또 역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유가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급등한 유가 완화 일환으로 매연 유발 물질인 에탄올 함유량이 높은 휘발유 판매를 허가했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는 반하게 된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전역에서 휘발유에 에탄올 15%가 함유된 ‘E15’의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 연방정부는 휘발유에 일정량의 에탄올을 의무적으로 섞는 ‘에탄올 혼합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통상 휘발유에는 10%의 에탄올이 들어가지만, 에탄올을 최고 15%까지 혼합한 E15도 판매된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미국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다. 실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오른 탓에 갤런 당 4.3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미 고위 당국자는 “E15 판매가 허용되면 운전자들은 갤런 당 평균 10센트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40년 내 최고 수준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핵심 요인인 만큼 미국 정부로서는 휘발유 가격을 어떻게든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이번 조치가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조에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이든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며 매연이 더 발생할 수 있는 휘발유 판매를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 환경보호청(EPA)도 E15가 더운 날씨에 매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름철 판매를 제한해왔다.


‘물가 완화’를 사실상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바이든 정부는 최근 총 1억800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시 유가를 끌어 내리려는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를 더 많이 시장에 푸는 모양새가 됐다. 바이든 정부는 또 석유 시추 설비를 놀리는 자국 석유 메이저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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