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다방] '성장담 맛집' 픽사 신작, 사춘기 소녀의 자아찾기 프로젝트

디즈니X픽사 신작 애니 ‘메이의 새빨간 비밀’ 리뷰
로잘리 치앙 · 산드라 오 목소리 주연
'바오' 도미 시 감독 장편 데뷔작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우리 모두의 내면엔 야수가 있죠. 깊숙이 숨겨진 시끄럽고 엉망인 모습이요. 대부분은 그 야수를 영원히 숨기지만 전 드러냈어요. 여러분은요?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성장담 맛집' 타이틀을 굳힐 신작이 등장했다. '인사이드 아웃', '루카'등 저마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담은 작품들로 따뜻한 교훈을 담았던 픽사와 디즈니가 이번에는 ‘성장통’을 주제로 한 영화를 최근 공개했다. 2019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바오'의 연출자 도미 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바 있는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다.


영화는 13살 소녀가 사춘기를 겪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작품은 단순히 사춘기 소녀의 변화만을 다루지 않는다. 성장, 사랑, 관계, 그리고 진짜 나를 인정하는 모습까지 상당히 포괄적인 주제를 담아냈다. 메이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를 함께 보다보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2000년대 초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계 캐나다인 소녀 메이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메이는 엄마 밍의 기대에 부응하고픈 착하고 모범적인 딸이다. 선조를 모시는 사당을 운영하는 집에서 엄마를 도와 마당을 청소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오직 엄마에게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메이에게도 작은 욕망이 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죽고 못 사는 아이돌 그룹 '4타운'의 콘서트에 가는 것. 4타운을 그저 양아치 집단 쯤으로 생각하는 엄마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일명 '콘서트 티켓값 모으기'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메이가 작은 반항을 거듭할수록 엄마와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루아침에 ‘레서판다’로 변한 까닭


메이가 동네 슈퍼마켓 아르바이트 남학생에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격동의 감정 변화를 겪는 사이, 그녀는 하루아침에 ‘레서판다’로 변한다. 복실한 붉은 털, 냄새나는 겨드랑이, 거대한 몸집. 메이는 레서판다가 돼버린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 엄마는 그런 메이가 생리를 시작했다고 착각한다. 엄마는 생리대, 진통제, 비타민B, 보온 물주머니까지 준비하며 소란을 떤다.


엄마의 눈에 비친 메이는 귀여운 레서판다가 아닌 사나운 야수다. 엄마는 메이가 가족 내력인 판다로 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걱정이 앞선다. 밍은 이 엄청난 변화를 봉인식으로 하루빨리 억압하고 싶다. 하지만 친구들은 달랐다. 포근하고 깜찍한 판다의 모습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낸다. 심지어 레서판다를 상품화해 콘서트 값을 모으기도 한다. 메이가 사춘기로 겪게 되는 외면과 내면의 변화에 그의 가족과 친구가 보이는 상반된 태도가 눈에 띈다.


이때 레서판다는 메이의 성장과 변화를 은유하는 메타포로 쓰인다. 사춘기와 판다의 공통점은 제목처럼 ‘새빨간 비밀’을 가진다는 것.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짜 내 모습이 꿈틀대더라도, 낯설기만 한 변화를 억누르기 급급하다. 영화는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라도 존재할 변화의 기로, 사춘기를 귀여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녹이는 레서판다의 등장은 사춘기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되려 풋풋함을 떠오르게 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캡처 이미지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선물


도미 시 감독은 자신의 추억을 영화에 더했다. "13살이었던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살았던 동네의 배경과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 영화를 제작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의 주요 리더들이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여느 13살의 평범한 사춘기를 영화 속에 용이하게 녹여냈다. ‘착한 딸이 되는 것’과 진짜 욕망 사이 갈등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실제 경험으로 풍성하게 탄생시켰다.


작품의 비하인드 제작 과정이나 인터뷰를 보고 있자면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선물 같다는 기분이 든다. 엄마 밍이 메이를 이해하고, 메이는 나의 진짜 모습을 포용하게 되는 것처럼 "자신을 알아가고 받아들이자"라는 이 세상 딸들을 향한 여성 리더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초록을 붙잡는 빨강


영화를 보다 보면 눈에 띄게 대비되는 색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초록과 빨강. 빨강은 메이를 대표하는 색으로 그녀의 옷부터 머리, 심지어 레서판다까지 강렬한 붉은색으로 표현된다. 초록은 엄마 밍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할머니와 네 명의 이모들까지도 초록색 의상으로 무장해 등장한다. 색의 대비는 인물 관계를 관통한다. 캐릭터의 겉모습만으로도 메이와 가족들이 갈등을 겪을 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메이의 붉은 머리 위 자리 잡은 초록색 머리핀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한다. 작은 말실수에도 큰 죄책감을 느끼는 메이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조그만 머리핀으로 드러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결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포해 전달한다.


신호등의 ‘초록색 깜빡임’을 멈추게 하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은 ‘붉은색’이다. 붉은 판다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메이의 자아이자 엄마의 상처까지 보듬어 줄 진짜 자신의 모습이다. 메이는 레서판다를 봉인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인정함으로써 불안했던 초록색 깜빡임을 붙잡아준다.






영화 속 들리는 한국어


영화에는 픽사 스토리 아티스트 박혜인, 조명 아티스트 조성연, 조예원이 참여했다. 특히 박혜인 아티스트는 극 중 '애비' 역할을 연기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게 뭐야, 털리도? 미친 거 아니야 이게 어딘데!" 실제 영화 속 등장하는 한국어 대사다. 작품 속 애비의 귀여운 매력이 더해진 한국어 대사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예 배우 로잘리 치앙과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오는 각각 메이와 밍을 연기했다. 이들의 다정한 연기는 실제 모녀 사이를 방불케했다.


작품 속 보이그룹 4타운에는 '태영'이란 이름을 가진 멤버가 등장한다. 도미 시 감독은 4타운을 기획할 때 실제로 케이팝 아이돌 '투피엠(2pm)'과 '빅뱅(BIGBANG)'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4타운의 음악은 빌리 아일리시와 그녀의 오빠 피니어스오코넬이 함께 작사, 작곡을 맡았다. 2000년대 초반 보이밴드 스타일 곡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화음, 박수, 그리고 군무로 완성시킨 것도 볼만하다.



◆시식평 - 늑대소년보다 더 강력한 판다소녀의 등장



+요약


제목 : 메이의 새빨간 비밀



장르 : 애니메이션



연출 : 도미 시



출연 : 로잘리 치앙, 산드라 오



볼 수 있는 곳 : 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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