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눈부신 청춘을 입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33살 김태리가 청춘의 상징인 교복을 입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다. 그가 위화감 없이 고등학생의 얼굴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음속에 간직한 설렘 덕분이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설레는 마음만 간직한다면 누구든 청춘"이라던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는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다.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는 1998년, IMF 사태가 발생하면서 펜싱부가 폐지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여기에 굴하지 않은 나희도는 평소 존경하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유림(보나)이 있는 태양고로 전학가고, 그곳에서 문지웅(최현욱), 지승완(이주명)과 만나 찬란한 청춘을 나눈다.


나희도의 청춘은 백이진(남주혁)과 함께기에 더욱 빛난다. 서로의 구원이 돼 준 나희도와 백이진은 진정으로 이해해 주고, 응원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첫 회부터 나희도의 딸 이름이 김 씨라고 나와 결과론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커플이라는 점이 명확했다. 결말을 알고 있던 김태리는 밝은 부분까지 아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슬픈 감정에 빠졌다. 그는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 커플에 응원을 보낸 이유에 대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첫사랑의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누가 이런 첫사랑을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어요. 시청자들은 서로가 구원이 되는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 자체를 응원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런 관계가 엔딩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당연히 들죠. 제가 다 죄송한 마음이에요."


나희도 자체로도 빛나는 청춘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누구보다 솔직하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으며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한다. 극 초반 나희도는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는 순수한 모습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는데, 김태리는 이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처음 대본 리딩 때 대사를 한 순간 제가 희도처럼 느껴졌어요. '이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득을 잡았죠. 점점 즐거워서 활기가 생기고, 촬영도 같은 에너지로 했어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트라우마, 엄마와의 갈등, 판정 시비 등 여러 사건이 나오잖아요. 그때부터는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희도는 고등학생인데, 저는 33살이잖아요. 제가 자꾸 저를 대입해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 깨달은 거죠. 놓친 부분도 많이 보여서 더 집중해서 연기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틸 / 사진=tvN

교복을 입게 된 건 행복한 일이었다. 김태리는 교복을 입는 게 마치 청춘을 입는 것처럼 느껴져 자동으로 캐릭터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동복보다는 하복을 입었을 때 청량한 기분은 배가됐고, 교복을 벗게 됐을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역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일부러 톤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정말 재밌는 거예요. 나희도는 자유롭잖아요. 돌이켜 보니 이렇게 자유로운 캐릭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더라고요. 항상 절제했으니까요. 그런 희도가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 교복의 힘이 컸는데, 다행히 고등학생으로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 스스로도 귀엽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작품은 김태리에게 청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김태리는 나이를 떠나서, 마음이 설레면 청춘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빛나는 영감을 얻고, 재미를 찾아 떠나는 것 자체가 청춘이라고 정의했다.


"'이거 하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들면서 설레면 청춘이에요. 나이로만 청춘을 정의하긴 아쉬워요. 제 20대가 어땠나 생각해 봤는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왜 더 잘하지 못했지?'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슬퍼하고 싸우고 극복하고 행복했어요. 물론 이런 것도 청춘이죠. 그런데 무대 위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무언갈 깨달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만큼 설레는 순간도 없어요. 전 그런 것도 다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김태리는 펜싱 장면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훈련을 소화했다. 덕분에 나희도의 펜싱 장면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몰입감 있게 그려졌다. 김태리는 연습 때 과도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부은 게 결과물로 나타난 거라고 뿌듯해했다. 다만 연습 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본 촬영에서 에너지를 다 펼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훈련 때는 워낙 정신이 건강한 상태여서 다 잘 따라왔어요. 의욕도 넘쳐서 모든 걸 쏟아부었고요. 하루에 2시간씩 레슨을 받았는데, 초반에는 이틀에 한 번씩 가다가 4달 동안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 갔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되고 몸도 만들어졌죠. 제가 운동을 정말 사랑해요. 눈에 보이고 몸으로 바로 성취감이 느껴지잖아요. 내가 뭔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해요. 물론 몸은 아팠어요.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가면 '태릉에서 왔냐', '현역 선수랑 몸 상태가 같다'고 할 정도로요."(웃음)


극중 수준급 프랑스어 발음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던 김태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희도가 프랑스어를 한다는 설정인지 몰랐다고. 나중에 대본을 받고 놀란 김태리는 "나는 준비된 사람이지"라고 마음을 잡으며 철저하게 프랑스어를 준비했다. 몇 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신경을 많이 쓴 만큼 결과물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작품에는 중년의 나희도(김소현)도 등장한다. 김태리는 나이가 든 자신의 캐릭터를 바라본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년의 나희도와 붙는 신이 없어서 김소현 선배님을 잘 못 보다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그동안 아역만 있었지 성인은 없지 않냐"며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선배님은 정말 사랑스러우신 분인데, 나희도의 사랑스러움과 잘 결합된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TV 드라마 화제성 1위 등을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태리는 작품의 인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드라마는 약간의 부가적인 재미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청률 맞추기예요. 스태프까지 함께 참여하는 건데,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거죠. 저는 정말 터무니없이 못 맞췄어요. 왜냐면 이렇게 잘 나올지 몰랐으니까요. 그 뒤로 시청률이 쭉쭉 올라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놀랐어요. 저는 크게 결과를 생각하고 작품을 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겨울이 힘들게 촬영했고 스태프들의 노고가 많아서 보답을 받은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김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흥행 여신의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아가씨', '1987', '리플 포레스트', '승리호'


까지 출연한 작품을 모두 성공시키며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른 바 있다.


"제가 대본을 잘 고르는 게 아니라 잘 보는 것 같아요. 사실 전 직관력이 뛰어나가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읽었을 때 잘 보이더라고요. 전체적으로 하나하나 떨어트리거나 분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독해가 돼요. 그래서 잘 보는 편이지 않나 싶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서는 드라마는 어떤 것이며 로맨틱 코미디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어요. 내가 신경 써야 될 부분, 조심해야 될 부분, 끌고 가야 될 부분이 어디까지인지요. 또 에너지를 고르게 분배해야 된다는 것도 배웠죠. 저한테는 정말 큰 작품이에요. 엄청난 의미로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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