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前 북핵 책임자의 직언… "제재가 北 움직일 유일한 수단"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대북 제재 유지·강화돼야 입장 밝혀
"미국의 독자제재가 큰 역할… 그쪽을 강화해 볼 방법이 없는지 생각 중"

북한이 지난달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3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면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밝혔다. 또 “제재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평화적 압박 수단”이라며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했는데 현 정부의 철학과 온도 차가 나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끈다.


이 전 본부장은 이날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국제환경의 대변동과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 포럼에서 “(북한에 대한) 협상 유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재를 함부로 풀면 안 된다”며 “북한에 일단 현금이 들어가면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언급했다. 또 “제재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평화적 압박 수단”이라며 “비핵화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역시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무력화된 상황을 지적하며 “미국의 독자제재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쪽을 강화해 볼 방법이 없는지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선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며 “핵무기 보유의 비용을 극대화하는 것이고 비핵화의 기회비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 보유가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각이 있지 않으면 (협상 재개가) 어렵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이 전 본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는 핵으로밖에 억제할 수가 없다”며“기존의 핵우산이라는 확장억제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핵우산을 제대로 가동해서 신뢰성이나 실행력이 있지 않으면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무언가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없다”며 “한미동맹과 한미 연합훈련이 중점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온도 차가 나 눈길을 끈다. 이 전 본부장은 2020년 말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했는데 지난해 외교부를 떠났다. 이후 윤석열 캠프에 자문단으로 합류했고, 이날 대북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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