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그 사람이 집중하는지, 아니면 관심도가 떨어지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내지요. 이 같은 시선을 분석해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시선 추적 전문 기업 비주얼캠프의 석윤찬(51·사진)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광고·쇼핑몰 등의 마케팅 효과를 끌어올리는 독자 기술로 새로운 ‘시선 데이터’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주얼캠프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시소’는 스마트 기기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가 화면에서 어디를, 어떻게 보는지 추적하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추적 기능을 허용하면 카메라는 두 눈의 동공 위치를 파악하고 초당 30회를 촬영한다. 시선 사진들은 화면을 응시할 때 나타나는 눈 움직임 데이터를 미리 학습한 인공지능(AI)에 의해 분석된다. 석 대표는 “눈 깜박거림 같은 패턴을 보면 사용자가 주시하는지 또는 조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가령 인터넷 강의 수강생이 몰입하면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한곳에 일정 시간 머무는데 이를 분석해 집중 여부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출시된 후 시소를 도입한 기업은 모바일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를 비롯해 교원·웅진·아이스크림에듀 등 20여 군데 정도. 밀리의서재 사용자는 터치 없이 눈 움직임만으로 전자책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학습지 업체들은 강의별 집중도를 가려내 콘텐츠 분석·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시소의 월 이용 건수는 480만여 건에 달한다. 그는 “시선 데이터는 신경·행동 인지 등 뇌 과학에서도 중요성이 입증됐다”며 “앞으로 e커머스는 물론 라이프 커머스 등에서 맞춤 상품 추천 서비스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다수 소비자의 시선이 머문 상품을 권하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쿠폰을 보내는 등 마케팅 효과를 올리는 기술을 온라인 쇼핑몰 업체와 함께 올 하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시소는 지난해 6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글로벌 어워드’ 최고혁신상에 이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PC용이나 일부 고사양 스마트폰 등에서만 쓸 수 있는 다른 시선 추적 기술과 달리 SW 기반인 시소는 카메라만 달려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석 대표는 “고성능 하드웨어 센서가 없는 스마트폰·태블릿·PC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SW는 시소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전기정보공학을 전공한 석 대표는 이른바 연쇄 창업가다.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 기업을 코스닥 상장시키는 등 엔지니어로서 이미 성공을 맛본 그가 시선 추적 기술의 시장성을 확신하고 2014년 다섯 번째 창업한 것이 비주얼캠프다. 7년간의 연구 성과인 시소 기술로 미국 4건 등 국내외 총 18건을 특허 등록했다. 그는 “이용자가 보는 것만으로도 정보가 쌓이고 이 시선 데이터를 이용해 기업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골프 스윙 분석부터 치매·우울증 진단, 국방 경계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올해 수주액 확대와 온라인 마케팅 시장의 인지도 상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해외 대형 업체와의 사업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시선 추적 글로벌 톱티어를 넘어 1등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