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포트]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독극물 테러 전말

다큐멘터리 ‘나발니’의 다니엘 로허 감독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테러 사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제공=Sundance Institute

“푸틴 정부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쉽게 죽이지 못하도록 그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죠”


다니엘 로허(29) 감독이 다큐멘터리 ‘나발니’를 제작한 의도다. 알렉세이 나발니라는 이름이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해 구금 중인 그가 의문사를 당하지 않도록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의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2020년 8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서 독극물 노비촉에 중독돼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


로허 감독은 나발니가 깨어난 직후부터 독일 베를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해 2021년 1월 러시아에서 체포되기까지를 다큐에 담았다. 이후 나발니는 모스크바 외곽 포크로프 교도소에 2년 반째 수감 중으로 지난달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과거 횡령 및 법정 모독죄를 더해 9년 형을 추가 선고 받았다. 포크로프는 정치범들이 주로 수용되어 수감자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가혹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다니엘 로허 감독이 나발니의 인터뷰 장면을 그의 뒷편에서 촬영하고 있다./사진 제공=CNN

2022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상으로 만난 다니엘 로허 감독은 “2020년 11월 8일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토 그로제프가 던진 말 ‘누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는지 단서가 잡혔다’는 그 한마디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탐사전문기자이자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2020년 8월20일 발생했던 알렉세이 나발니 독극물 테러를 조사 중에 있었다. 그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로허 감독은 크리스토의 도움으로 나발니와 연락이 닿았고 그 길로 독일로 향했다. 로허 감독은 “러시아 정부가 저질렀던 부당한 행동에 연관되었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독살 시도에서 살아 남았고 살아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된 나발니 사건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항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발니가 중독된 노비촉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로, 뇌에서 신체 기관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분리를 방해해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 손상 등을 초래한다. 당시 43세의 나발니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후 재활에 성공했고 러시아 귀국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밀 궁전 영상을 폭로했다. 2년 전 드론 5대를 동원해 촬영했다던 그 영상이다. 로허 감독의 다큐에서 “독살? 지금 같은 시대에 총으로 그냥 쏴 죽이면 될 것을…독극물 테러를 한다고?”라며 비소를 날리던 나발니 다운 응징이었다.


이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관객상과 영화제 최고 인기상을 차지한 로허 감독은 “수감 이후 나발니와는 더 이상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감옥에서 출소하면 건네줄 작은 쪽지를 쓰고 있을 뿐이다”며 “그래도 한 가지 나발니가 선댄스 수상 소식을 아주 기뻐했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요 뉴스로 다뤄지면서 ‘나발니’는 지난 주 북미 800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또, CNN플러스와 함께 스트리밍으로 출시할 예정인 HBO맥스의 모회사 워너 브라더스는 앞으로 전 세계 극장 개봉을 확대할 계획이다. /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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