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3대 난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섰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2.8%를 돌파하면서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이 2.14%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21%와 0.33% 하락했는데요.


이날 시장의 관심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식적인 트위터 인수 제안이었습니다. 그는 트위터 주식 1주당 54.20달러씩 총 43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요. 트위터를 완전히 인수한 뒤 개인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죠. 머스크가 투자를 시작한 전날 주가 기준으로 54%, 투자소식이 발표되기 전날의 38% 프리미엄이 붙은 건데요.


머스크의 움직임에 시장도 발칵 뒤집혔습니다. “머스크의 의도가 진짜 뭐냐?”, “정말 진지하게 인수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 “자금 조달이 되느냐?”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는데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는 트위터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가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인데요.


어제는 뉴욕오토쇼 취재로 ‘3분 월스트리트’가 쉬었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제안 내용은 많이들 아실 만큼 오늘은 장중에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추가로 나온 반응과 분석을 중심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①인수조건 트위터 주주들 반대 ②독약조항 준비 ③자금마련 문제…1.68% 하락한 트위터 주가 머스크도 “인수 확신 못 해”

우선 이날 트위터 주가의 움직임부터 보시죠. 개장 직후 5.4% 넘게 올랐던 트위터 주가가 결국 1.68% 하락마감했습니다. 전날 종가가 45.85달러였는데요.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이번 인수합병(M&A)은 쉽지 않겠다고 본다는 방증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패스트머니가 해당 소식이 공표된 직후 주가 급등으로 수익을 먹을 만큼 먹은 뒤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빠진 것”이라며 “굳이 추가로 리스크를 더 지지 않겠다고 한 셈”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트위터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요. 트위터의 지분을 갖고 있는 뱅가드(10.3%)와 모건스탠리(8%), 블랙록(4.6%) 같은 운용사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트위터의 대주주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 왕실의 알와리드 빈 탈랄은 머스크의 제안에 대해 “나는 그 제안이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에 부족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54.20달러는 턱도 없는 얘기라는 겁니다. M&A도 결국 가격이 가장 중요한데요. 개인적 신념이나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프리미엄을 엄청나게 얹어주면 팔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헌데 앞서 머스크는 54.20달러, 430억 달러가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이면서 마지막 제안”이라고 했죠.


이것이 진정한 마지막 제안이냐는 데는 논란이 많이 있는데, 돈 빌슨 해스켓 리서치 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430억 달러만 쓴다면 이는 그저 연기만 피우는 것”이라며 “트위터는 지난 여름에 주당 70달러까지 갔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려면 돈을 더 쓸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조건으로는 쉽지 않다는 건데요.



트위터는 내부적으로 독약조항을 검토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는 자신의 제안을 주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주가는 하락했다. 이는 인수 제의를 받은 (업체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주주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바리케이드를 칠 준비고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리케이드는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말하는데요. 트위터가 현재 지분 9.2%를 갖고 있는 머스크가 15%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포이즌 필 조항 채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트위터가 독약조항을 검토한다고 하면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어렵다고 본 것이고 그래서 주가가 떨어졌다”며 “적대적 M&A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전했는데요.


인수자금 구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430억 달러 가운데 이미 갖고 있는 지분 9.2%를 빼면 머스크는 추가로 390억 달러가 필요한데요. 물론 머스크의 자산 가치는 무려 2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갖고 있는 재산을 고려하면 가능한 액수인데요.


하지만 머스크는 손에 들고 있는 현금이 없습니다. 자산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어서 돈이 묶여 있습니다. 390억 달러를 마련하려면 주식을 상당량 팔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지분을 더 팔아야 한다는 건데요.


물론 대출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임원이 갖고 있는 주식 가치의 25%까지 담보대출을 허용하는데요. 머스크의 지분가치(1760억 달러)를 고려하면 390억 달러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8800만 주를 담보대출에 맡긴 상태고 월가에서 테슬라 주식의 담보가치를 얼마나 쳐줄지가 관건인데요. 특히 거액인수금융을 하는 JP모건체이스와는 구원이 있어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트위터 주주 반대와 독약조항, 자금마련 의문이 머스크의 3대 난관으로 꼽힙니다. 머스크도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22 컨퍼런스’에서 “내가 트위터를 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머스크 “제안 거부 시 플랜B 있어 인수자금 마련 가능”…“54달러 적당하다” 주장도

다만, 머스크 역시 쉽게 물러날 인물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데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TED 2022에서 트위터 이사회가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즉답은 피했지만 플랜B가 있느냐는 말에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I don't like to lose)”라고도 했는데요.


머스크는 재원 마련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회사가 동의하면 트위터를 살 수 있다”며 “나는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으며 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구체적인 문제점, 즉 대량의 지분매각과 세금 문제, 대출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자산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죠.


월가에서는 재무자문을 맡고 있는 모건스탠리가 일부 인수금융을 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버레이크와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사모펀드와 연합하거나 테슬라 지지자인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캐시 우드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돈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앞서 말씀 드린 ①②③ 중에 ③은 상대적으로 극복이 쉬운 요소라고도 보이는데요.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사적으로 트위터를 소유하려면 150~200억 달러 정도의 채무조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리치 그린필드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파트너도 “트위터는 살 수 없는 기업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댄 아이브스는 “내 생각에 기본적으로 트위터는 머스크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며 “머스크는 프리미엄을 붙였고 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나는 머스크가 인수한다는 데 걸겠다”고 했죠.



머스크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2022’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의 생각과 달리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제시한 금액이 적절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안젤로 지노 CFRA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우리의 트위터 주가 목표(1년)가 55달러기 때문에 머스크의 제시 금액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제이슨 헬프스테인도 “우리의 프라이스 타깃은 60달러지만 지금 환경을 고려하면 54달러 이상은 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사실 잘 나갈 때의 주가를 근거로 M&A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한쪽 측 주장이긴 합니다. 매각 시 돈을 더 받기 위한 전략은 될 수 있지만 이것 자체가 절대적 논거가 되지는 않지요.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시도가 성공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쪽이 더 많아 보입니다. 빅토리아 사클라 인터랙티브 인베스터의 투자 헤드는 “트위터의 주가 흐름을 봤을 때 딜은 성공하기보다 거절될 확률이 높아보인다”고 했는데요.


제프리스의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리는 야후 파이낸스에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한 요구들은 건설적이며 좋은 변화를 이끌 것"이라면서도 “머스크는 진지하지만 트위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사회는 54.20달러를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아무도 54.20달러가 최종 가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운을 남겼는데요. NYT 역시 “트위터의 주가는 시장이 머스크의 제안을 납득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내용과 종합하면 최소한 지금의 조건으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거죠. 포이즌 필 얘기가 나올 정도로 트위터 내부에서 반발이 큰 상황이어서 안 그래도 어려운데 지금의 조건은 기존 주주나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데요. 정말 팔 생각이 있더라도 최소한 몸값을 더 받는 시도는 있어야 할 겁니다.


“머스크 자금 조달 본격화 땐 테슬라 주가 하락”…“이제 팔 때 주장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는데요. 바로 테슬라의 주가입니다. 머스크가 보유자산은 많지만 현금이 없는 관계로 본격적인 인수를 추진하면 테슬라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야 한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이는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날도 테슬라가 3.66% 빠졌는데요. 예일대 경영스쿨의 제프리 소넨펠트는 “M&A 협상에서 최고, 최후의 제안이라는 것은 없다. 내 생각에 그는 조금 더 높게 부를 생각이 있다”며 “그는 트위터를 살 수 있고 그러려면 테슬라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것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머스크가 공언한 대형 프로젝트 중에 실제로 이뤄진 것이 없다며 “이제는 테슬라를 팔 때”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작업이 진척되면 테슬라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테슬라

웰스파고는 머스크의 움직임에 테슬라 주가에 변동성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당장 테슬라가 오스틴과 베를린에 두 개의 공장을 증설하고 있어 부담이 있는데 머스크의 가장 유동적인 자산은 그의 테슬라 주식이라는 거죠. 현금화를 위해 이를 매각하면 역시나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과연 회사에 좋은 것이냐는 말도 있긴 합니다.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는 “(머스크가 제안한) 트위터에서의 광고 제거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트위터의 주요 매출원이 없어지면 누가 금융을 제공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는데요.


니라이 파텔 CNBC 컨트리뷰터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개인회사로 만들면 가장 중요한 주식보상이 없어지게 된다”며 주요 인력이 떠오르는 암호화폐 분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더 좋게 탈바꿈시킬 가능성도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날 0.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다 반영된 내용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분위기 변화는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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