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저가 매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글로벌 반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신상’ ETF 2종을 합쳐 총 4종으로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상품별로 편입 종목과 운용 방식의 차이에 따라 수익률도 갈리는 만큼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14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381180)레버리지’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12일 신한자산운용이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423170)’ ETF를 출시한 후 일주일 만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증시에서 미국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KODEX 미국반도체MV(390390)’ 2개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달 2종의 ETF가 출시되며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
‘TIGER 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레버리지’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으로는 유일하다. ‘TIGER 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 출시 1년 만에 순자산(AUM) 1조 2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자 레버리지를 내놓은 셈이다. 또 최근 반도체 저가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3배에 베팅하는 이른바 ‘쏙슬(SOXL·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로 대거 몰려가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판 쏙슬’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IGER ETF는 환 노출형으로, 레버리지 ETF의 경우 환율도 일일 변동분의 2배를 추종한다. 미래에셋의 한 관계자는 “증시가 충격을 받을 때는 강달러(안전자산 선호)가 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지수 하락에 방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의 총 운용 보수는 0.58%로 4개 상품 중 가장 높지만 미국 SOXL(0.95%)과 비교해서는 낮다.
12일 상장한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ETF는 4종 중 유일한 액티브 ETF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미국 기업의 비중이 54.1%로 가장 낮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18.3% 담고 있어 다른 글로벌 반도체 ETF와는 차이가 난다. ETF 구성 종목도 50종으로 가장 많은데 그만큼 각 분야별로 강점을 가진 기업들에 선별적으로 분산투자한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KODEX 미국반도체MV는 지난해 6월 출시됐으며 운용 보수가 0.09%로 가장 낮다. 구성 종목도 가장 적은데, 시가총액 1조 5000억 달러 이상이고 3개월간 일평균 거래 대금이 100만 달러 이상인 기업 25개를 압축적으로 선정한다.
해당 ETF들은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편입 종목들의 면면은 비슷하다. 다만 비중에서는 차이가 나는데 KODEX의 경우 TSMC의 비중이 10.11%로 가장 크고 엔비디아(9.43%), 텍사스인스트루먼트(5.05%), 인텔(4.95%)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TIGER는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비중이 8.67%로 가장 높고 TSMC는 4.07%에 그친다.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는 엔비디아(8.70%), SK하이닉스(8.32%), 삼성전자(7.99%), TSMC(7.52%) 등을 담고 있다.
각각의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과거 수익률을 보면 최근 1년간은 SOL이 추종하는 ‘S&P글로벌반도체한국경향지수’가 14.76%로 가장 높았다. TIGER와 KODEX의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9.73%, 10.60%에 그쳤다. 다만 2014년부터 8년간의 장기 추이를 살펴보면 TIGER가 추종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수익률이 464.4%로 SOL의 추종 지수(376.47%)보다 높았다. KODEX의 추종 지수 수익률도 452.8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