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선거의 여왕’…朴터지는 ‘보수의 심장’[정상훈의 지방방송]

<3>대구시장…높은 인지도 ‘비박’ 홍준표
尹당선인 승리 도운 ‘원조 친박’ 김재원
‘박근혜 후원회장’ 등에 업은 유영하 ‘3파전’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다름 아닌 ‘선거의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탄핵 당해 불명예 퇴진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시장 선거 판세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당선인마저도 TK(대구·경북) 지역순회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시간을 내어 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갔습니다. 쏟아지는 선거개입 논란마저도 감수했습니다.


사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는지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선 통과가 곧 당선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본선보다 경선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대구시장 경선 후보로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유영하 변호사, 그리고 홍준표 의원을 선정했습니다. 재밌는 부분은 이들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악연이든 인연이든 연(緣)이 있다는 점입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원조 친박’으로 불리고, 유영하 변호사는 현재 박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입니다. 그리고 홍 의원은 ‘비박’입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박 전 대통령과 가장 먼 인물인 홍준표 의원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솔직히 인지도 면에서는 세 후보 중 가장 앞섭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2위로 선전했습니다.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얻으며 2030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도 매우 높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 당선인에게 가장 위협이 된 당내 경쟁자였습니다. 이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는 사이가 안 좋습니다. 사실상 정적(政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는 홍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쓴 소리’ 담당을 맡았으며, 원내대표 홍준표에게 ‘친박’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악연의 연속이었던 것입니다. 누구보다 높은 인지도와 지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은 다른 곳도 아닌 대구에선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원조 친박’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입니다. 사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선 ‘원조 친박’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친윤’이라는 이름표가 더 잘 어울립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윤 당선인에게 기소를 당했던 아픈 기억도 있었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하나로 대선 기간 동안 활발한 방송출연을 이어가면서 ‘공중전’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예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에게 김 전 최고위원은 ‘친박’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이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후보 측 대변인을 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정무수석을 지내며 당청간 교두보 역할을 했던 기억도 강렬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선 ‘친박’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모양샙니다. 바로 이 사람 때문입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유영하 변호사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으면서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재판과 수감 기간 동안 곁에 있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있었던 박 전 대통령과 접견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의 법률 참모 역할을 해왔던 만큼 누구보다 심중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박근혜의 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유 변호사는 경기도 군포에서 꾸준히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김부겸·이학영 등 거물의 벽에 막히며 선출직과는 인연이 멀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췄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후원회장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했다. 못 다한 꿈을 대신 이뤄줄 것”이라며 유 변호사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본인이 출마한 선거도, 당 지도부로 지휘한 선거도 거의 대부분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천막당사, ‘대전은요’ 등의 에피소드는 지금도 선거 때마다 회자됩니다. 탄핵 당한 권력이지만 여전히 대구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시장 경선 구도는 홍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두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박근혜 후원회장’을 등에 업은 유 변호사가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입니다. TK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 최고위원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연 ‘선거의 여왕’의 영향력은 누구에게 손을 내밀까요. ‘친박’ 단일화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서재헌 전 대구동갑 지역위원장을 대구시장 후보로 단수공천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홍의락 전 경제부시장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범민주 진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영하 변호사와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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